삼성전자도 반한 '스마트폰 터치 장갑' 만들어낸 비결은…

입력 2013-01-24 18:13   수정 2013-01-25 08:22

'정전실'로 소비자 마음까지 '터치'한 이상돈 영진글러브 대표



될 듯 안 되니 '요것 봐라' 싶었다. 뭔가 이뤄내겠다는 생각보단 그저 재미로 매달렸다. 편직기 부품을 깎아도 보고 엉킨 실을 풀어 다시 이 실 저 실 섞으며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추운 겨울날 바깥에서 장갑을 끼고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이상돈 영진글러브 대표(61·사진)의 이야기다. 영진글러브는 '스마트폰 터치 장갑'을 2010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장갑 제조업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러브콜에 이 회사 장갑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함께 해외 소비자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24일 충북 청원군 용계리의 공장에서 만난 이 대표는 "30년 장갑 사업을 해오며 시대의 변화를 장갑을 통해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시절 '성공해야겠다'는 신념 하나로 장갑, 양말, 광약 등 갖가지 생활용품을 떼어 도·소매업체에 납품했다. 10년 동안 '중간 상인'이었던 그가 장갑 제조에 뛰어든 것은 1985년 러시아 시장이 개방되면서부터였다.

"추운 나라에 무역로가 생겨 장갑 수출량이 급격히 늘었어요. 국내에 유통시킬 장갑 물량이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이 참에 장갑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죠."

그는 그 해 겨울용 니트장갑 제조회사를 세웠다. 이후 편직기를 수동식에서 자동식으로, 소재를 아크릴에서 양모로 고급화하는 등의 혁신을 거치며 장갑업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 "장갑 끼면 스마트폰 터치 안 된다"는 고객 한 마디에

2010년 겨울 어느 날 협력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갑을 끼면 스마트폰 터치가 안 된다는 불만 전화였다. 이 대표는 "그 당시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았던 터라 터치 개념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날로 스마트폰을 사서 장갑을 끼고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손가락 부분을 도려낸 장갑을 만들었어요. 장갑을 낀 채로 터치가 됐으니 '스마트폰 터치 장갑'을 그 당시 처음으로 개발한 거라도 볼 수 있죠. (웃음) 나중엔 손가락 쪽에 도려낸 부분에 골무 모양의 뚜껑을 다는 방식도 생각했죠. 그런데 뚜껑을 이어 깔끔하게 끝처리 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무심코 집 앞 서점에 들른 것은 발상을 전환한 계기가 됐다. 조길수 연세대 교수가 쓴 '최신의류소재'라는 책에서 전류가 흐르는 '정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 것. 그는 사람의 몸에 있는 정전기로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원리를 장갑에도 적용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국내외 10개 업체로부터 정전실을 사다 개발에 들어갔지만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이 대표는 그 당시 정전실로 만든 장갑을 내보이며 "뻣뻣한 목공장갑 같아 패션 용품으로서의 장갑으론 '꽝'이었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장갑을 만들기 위해 바늘과 실의 밀착도를 높이는 편직 기술을 개발하려고 공장 직원들과 밤을 새며 연구했어요. 이후 보온성까지 더하기 위해 양모(울)와 정전실의 황금 혼합 비율을 찾느라 총 1년을 쏟아 부었죠."

2년 전 스마트폰 터치가 안 된다는 고객의 말을 이해조차 못했던 그는 이제 '스마트폰 필름이 두꺼우면 장갑 실의 저항치가 높아져 터치가 잘 안 되니 얇은 필름을 붙이라'고 조언할 정도가 됐다.

◆ 삼성전자도 반한 '스마트폰 터치 장갑'

2011년 선보인 스마트폰 터치 장갑은 그 해 5억4000만 원어치가 팔렸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장갑 부문 판매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영진글러브는 장갑 디자인을 100여 가지로 다양화해 매출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렸다. 스마트폰 터치 장갑은 현재 1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스마트폰 구매 고객에게 성탄절 사은품으로 증정할 제품을 납품해달라'는 삼성전자 덴마크 지사의 요청에 장갑 5000켤레를 비행기에 실어보냈다.

이 대표는 성공 비결로 "스마트기기 사용자가 늘어나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 빨리 따라간 것"을 꼽았다.

이 대표는 "몇 년 안에 모든 장갑 라인을 스마트폰 터치 장갑으로 바꿀 예정"이라며 "가죽으로 만든 스마트폰 터치 장갑을 개발하고 용도도 스키용과 등산용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청원(충북)=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 소유진 남편, 연대 나왔는데 17억 빚 떠안고…

▶ '개콘' 김대희, 족발집 '몰빵' 한달 챙기는 돈이

▶ 박신양이 자랑한 '7천만원대' 신혼집 보니

▶ 20대男 "부킹女와 모텔 갔지만…" 대반전

▶ 완벽 미모女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