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 조직 또 바꿔야 할까요

입력 2013-01-25 10:09  

 "새 국정기조 실현하기 위해선 불가피"

 "레임덕 부추기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15부2처18청을 17부3처17청으로 확대 개편하는 게 골자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생기고 미래창조과학부도 신설한다. 현 정부 출범 당시 없어졌던 해양수산부가 5년 만에 부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돼 국무총리실에 설치한다. 이번 정부 개편으로 부서는 2개가 늘어나고 국무위원 수는 16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조직 개편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될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단행돼 왔다. 내달 박근혜 당선인의 새 정부 출발을 앞두고 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5년마다 한 번씩 정부 조직이 바뀌어왔다는 얘기다. 이런 주기적 정부조직 개편에는 장단점이 모두 있을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정치를 위해 불가피한 점이 있다. 반면 엄청난 비용이 들고 업무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대선이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국정 철학을 지닐 수밖에 없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조직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특정 분야를 육성하고 집중적으로 자원을 쏟아붓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부조직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조직은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와 차별적인 국정기조를 제시,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 국정기조에 부합하는 정부조직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선 공약이나 정치적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 단행하는 정부조직 개편은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주기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이유도 결국 정부 조직에 대한 주기적인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 선거는 단지 대통령만의 교체가 아니라 정부조직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라는 뜻이며 그런 점에서 새 대통령이 정부 조직에 변화를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얘기다.

이른바 ‘힘이 있을 때’ 정부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새로운 국정 설계나 정부 개혁은 엄청난 저항을 불러오기 마련인데 정권 초기에 이를 단행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역사적으로 집권 후반기에 시작된 개혁은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든다.


반대

현행 정부 조직법은 1948년 7월17일 법률 제1호로 제정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69차례나 바뀌었다. 이 중에는 물론 정부조직의 틀을 완전히 바꾼 전면 개정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권한과 소관 업무를 조정하는 다른 법률의 개정에 따라 이루어진 소소한 것들이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레임덕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빨리 오는 것은 잦은 정부조직 개편 탓”이라고 지적한다. 집권 마지막 해가 다가오면 대다수 정부 부처들이 정부조직이 조만간 어떻게 개편될지 모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정책계발이나 계획 수립 등을 하지 않는데 이게 바로 레임덕을 가속화시킨 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바뀌면 새롭게 개편된 조직을 정비하고 적응하는데 1년 넘게 허비하다가 겨우 적응할 만하면 대통령 선거가 다시 돌아와 또 1년 가까이 개점휴업한 상태에서 차기 정권의 눈치를 보는 행태가 반복되는데 이는 커다란 불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 수립과 집행은 실험 대상이 아니며 대통령 당선자나 일부 참모의 머릿속 생각에 따라 실험적으로 한 번 해보자는 식의 정부조직 개편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비용 역시 문제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정부조직 개편이 다시 5년 뒤에는 완전히 ‘원위치’ 하는 경우가 너무나 잦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대표적이다.


생각하기

대통령이 바뀌면 많은 게 바뀐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강한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계산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만도 1만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새 대통령이 집무를 시작하면 정부조직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물론 행정수요가 바뀌면 정부 조직도 바뀌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이 새로운 형태의 행정수요에 시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시점인지는 약간 의문이다. 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우리도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역대 정부에서의 조직 개편을 보면 철학이나 이념 없이 그저 몇몇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즉흥적으로 단행됐던 게 대부분이었다.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부처 통폐합을 했다가 특정 분야 육성이 필요하다며 다시 조직을 쪼개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러다 보니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명칭과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부처가 국방부 법무부 정도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장관 임기도 평균 14개월로 짧은데 부처가 수시로 이합집산을 하니 정책 일관성이나 안정성은 생각조차 어렵다. 행정낭비와 비효율은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과 민원인 모두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과거 수십년간 반복돼 왔던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공직사회가 이래저래 어수선하다. 당선인의 복지 공약에만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정부조직을 확대하는 게 능사인지는 의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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