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변 관리기본방향 공청회' 열어
재건축 주민들 "지역특성 무시한 획일적 규제" 반발
가이드라인 내달 결정…계획대로 확정될지 관심
“관광특구인 잠실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다양한 주거단지 개발이 가능하게 해줘야 합니다. 획일적인 규제로 재건축이 어려워지면 오히려 도시미관은 물론 주민들의 주거환경도 크게 악화될 것입니다.” (박용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 사무국장)
25일 오후 ‘한강변 관리기본방향 공청회’가 열린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는 여의도·압구정·잠실 등 한강변 재건축추진지역 단지 주민 500여명이 몰렸다.
이번 공청회는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재건축 기준을 놓고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관리 방향의 골자는 여의도를 제외한 한강변 아파트의 층수를 최고 35층(용적률 300%) 이하로 제한해 한강 경관이 고층에 가로막히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잠실5단지 등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해온 주민들은 “지역 특성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이날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내달 ‘한강변 관리 기본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70층→50층→35층…잠실 ‘충격’
당초 최고 70층 재건축을 추진하다 최근 서울시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최고 50층(용적률 320%)으로 낮춘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50층으로 한 차례 낮춘 계획안을 35층으로 더 내리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꿔 용적률(건물의 전체 바닥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을 높이는 용도 변경 불허 내용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은영 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은 “서울시가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잠실역 주변 비주거용에 한해 개발을 허용하기로 한 만큼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0개 한강변 재건축 예정구역 중 유일하게 최고 50층이 가능한 여의도 일대 단지들은 기부채납비율에 대해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여의도 목화와 미성, 삼부 등 11개 아파트 소유주 연합 관계자는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50층으로 층고를 올려주면서 40%에 이르는 기부채납을 요구했다”며 “기부채납이 늘면 주민 부담이 커서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반포1차 등이 최고 35층으로 도계위를 통과한 반포지구 재건축 단지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관악산과 현충원 주변은 15층 이하 중·저층으로 층수 제한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해당 지역 재건축 예정단지 주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사업성은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한강변 아파트 층수 가이드라인이 오 전 시장 당시보다 낮아짐에 따라 한강변 재건축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강변 초고층 아파트는 독점적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집값이 강세를 보였는데, 층수가 낮아지면 개발이익도 줄어들 수 있어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층고 규제가 곧 재건축 가구수 감소와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층고가 낮아지면 건물 동(棟)수와 가구수가 늘고, 스카이라인(건물층수배열)을 잘 조절하면 조망권이 확보되는 가구수도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환경의 우열은 층수 한 가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기부채납(사업지 일부를 공공 용도로 기부) 비율을 종전보다 낮추기로 한 점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시는 기존 25%(상업지역 40%) 수준이었던 한강변 지구 기부채납비율을 1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한 강병근 건국대 교수는 “한강은 연접지역의 85%가 주거지역일 만큼 토지이용과 경관 등도 사유화돼 있다”며 “한강변 재건축을 규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한강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김보형/이현일/김동현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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