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수출 호조…서비스수지도 첫 흑자
흑자규모 지나치게 크면 해외자금 유입돼 물가 상승
Q.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400억달러를 넘겼습니다. 보통 경상수지 적자보다는 흑자가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클수록 무조건 좋을까요? 이번 주에는 한국은행 국제수지팀의 홍경희 과장이 경상수지가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A. 지난해 1~11월 한국의 경상수지는 409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12월에도 흑자가 났다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던 1998년(426억달러)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한 해는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외국과의 상품 수출입거래(상품수지)가 364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데다 매년 적자를 냈던 서비스수지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26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외 투자에 대한 배당과 이자소득으로 소득수지 부문이 42억5000만달러 흑자를 낸 것도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한국의 경상수지 내역을 자세히 보면 상품수지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지난해(1~11월) 상품수지가 전체 경상수지 흑자의 89%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주로 해외에서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한 뒤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무역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경상수지 흑자의 명과 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대외원조 등의 무상거래를 기록하는 이전소득수지 등 네 부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에서 상품 및 서비스수지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큽니다.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외국에 수출을 더 많이 하면 이를 생산하기 위해 일자리가 늘고 가계 소득도 증가합니다. 반면 상품과 서비스를 외국에서 수입해서 쓴 만큼 국내 기업들은 국내 생산을 줄이고, 이는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집니다.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경상수지가 흑자를 낸다는 것은 외국에 판매한 상품 및 서비스가 외국에서 수입한 것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수출을 통해 늘어나는 일자리와 소득이 수입으로 줄어든 것보다 많아져 결과적으로 국민 소득과 고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외화는 외국에 진 빚을 갚거나 원유, 가스 등의 해외 자원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수 있습니다. 유사시에 대비해 은행에 외화를 예치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죠.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가 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경상수지 흑자가 일자리와 소득 증가를 이끈다면 적자는 이와 반대로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지겠죠. 또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경제성장에 필요한 원자재 등의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해 해외에서 계속 돈을 빌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흑자가 많을수록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해외 자금의 국내 유입으로 국내 통화량이 늘어나면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이 대외 거래를 통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는 것은 한국의 교역 상대국은 그만큼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경상수지 적자국은 한국 수출품에 대한 수입 규제나 관세 부과 등으로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는 국가 간 무역마찰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경상수지는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불확실한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국내 고용과 소득 증가를 위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14년 만에 서비스수지 흑자의 의미
서비스수지는 수출입 상품의 운송이나 여행, 건설공사 등 외국과의 서비스 거래로 벌어들인 돈과 이 부문에서 해외에 지급한 돈의 차이를 뜻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상수지는 상품 수출입으로 벌어들인 외화를 서비스 거래에서 까먹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1~11월)에는 14년 만에 서비스수지가 흑자를 기록해 경상수지 흑자 증가에 기여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서비스수지는 여행, 지식재산권 사용료 등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운송, 건설 및 금융 서비스에서 흑자를 기록해 서비스수지 전체로는 26억5000만달러 흑자를 냈습니다. 서비스수지가 흑자로 바뀐 것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 증가로 건설과 운송 수지의 흑자가 확대된 반면 여행수지 적자는 감소한 영향이 큽니다. 만성적으로 적자를 냈던 서비스수지의 흑자 전환은 경상수지 개선뿐만 아니라 그동안 상품수지에 편중됐던 한국의 경상수지 구조가 개선될 조짐을 보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홍경희 < 한국은행 국제수지팀 과장 >
■ 독자퀴즈
다음 중 경상수지 항목이 아닌 것은?
① 서비스수지 ② 상품 수출 ③ 상품 수입 ④ 여성 취업률 ⑤ 이전소득수지
▷퀴즈 응모요령 :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
제공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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