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적정환율 놓고 日서도 '다른 목소리'

입력 2013-01-27 16:54   수정 2013-01-28 04:40

"달러당 100엔은 돼야" vs "85~90엔이 바람직"



일본의 엔저(低) 유도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 이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까지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반발 수위를 낮추기 위해 자국의 경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느라 부산하다.

일본 내에서는 엔화 가치의 적정 수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은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엔 수준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오카무라 다다(岡村正)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85~90엔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국 인민은행도 비난 합류

스위스 다보스에서 26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는 일본의 환율정책에 대한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 미국 등의 금융완화 정책이 글로벌 환율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엔화를 팔고 위안화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나면 수출경쟁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유민주당 총재로 취임한 이후 위안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16% 절상됐다.

앞서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중앙은행 개입에 대해 “심각한 반칙행위”라고 몰아붙였다. 머빈 킹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일부 국가가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자극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발 무마에 부심하는 일본

일본 정부는 금융완화 정책을 내세운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5일 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일본의 경제·금융정책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로부터 “일본의 경제 동향을 주목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포스포럼에 일본 대표로 참석한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상도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성명도 일본은행이 독자적으로 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가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내부 입단속에도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율 목표치에 대해서는 (정부 관계자들이)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 적정 수준은 얼마

국제적 비판에도 일본 내부에서는 추가적인 엔화 가치 하락을 바라는 견해가 많다. 곤 사장이 최근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엔 수준이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는가 하면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政)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도 “95엔대까지 하락해도 엔화 가치는 균형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나친 엔저가 오히려 일본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 내 2인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85~90엔대 사이에서 엔화 가치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오카무라 회장도 “85~90엔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폈다.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 전망이 엇갈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내 20명의 외환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11명이 달러당 95엔대 수준까지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80엔대로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모로가 아키라(諸我晃) 아오조라은행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2% 목표는 어차피 달성하기 어려워 다시 80엔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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