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명 재단법인 예올 신임 이사장 "엄마의 마음으로 전통문화 사랑해야죠"

입력 2013-01-27 17:00   수정 2013-01-27 22:14

김영명 재단법인 예올 신임 이사장

기업활약이 K팝 열풍 불러
울산 반구대 암각화 문제…중앙정부 나서 해결해야



“K팝이나 싸이 열풍이 가수들의 재능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과 호감이 반영된 것이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해외에서 선전하는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좋게 바꿔 놓았습니다.”

김영명 재단법인 예올 신임 이사장은 지난 25일 서울 가회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문화재 안내판 하나라도 올곧게 잘 세우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예올 활동을 시작했는데 막상 이사장이 되니 어깨가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올은 한국 전통문화유산의 계승 및 보존을 위해 2002년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영어강좌와 문화답사 프로그램 운영, 전통 장인 후원, 1문화재 1지킴이·사직단 지킴이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친언니인 김녕자 전 이사장과 함께 예올을 창립한 그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부인이자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이다. 2002 월드컵 조직위원장이던 정 의원을 도와 월드컵 유치에 크게 기여했고 오랜 해외 생활을 하며 익힌 외국어 실력과 세련된 매너로 국제 축구계 인사들로부터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1996년 월드컵 유치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등의 많은 외국인 손님들을 맞았어요. 외국을 방문하면 작은 체험 하나가 그 나라에 대한 평생의 인상을 결정하는데, 한국에 대해 좀 더 좋은 느낌을 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예올을 만들게 됐죠.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듯이 문화재를 보존하고 후대에게 전해주자는 마음으로 모였어요.”

김 이사장은 그간 예올 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꼽았다.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 사이에 만들어진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건설로 수위가 높아져 훼손이 우려되자 보존 방안을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예올의 노력으로 반구대 암각화 전시장과 주차장은 옮겼지만 아직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문화재청과 물 부족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울산시가 맞서고 있는데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겁니다.”

김 이사장은 “지금은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이 가장 소중하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회원을 더 많이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가(家)의 며느리로 살아온 이야기도 들려줬다. 김 이사장이 정 의원과 처음 만난 건 1978년 여름. ‘김영명이 없다면 오늘의 정몽준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조에 충실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반대였다.

“‘정몽준이 없으면 김영명이 없다’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 나가서 결혼하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저를 남편이 잘 이끌어줬죠. 제 키가 170㎝를 넘어 큰 편인데 요즘에야 키 큰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땐 그게 단점이었어요. 남편이 저를 구제해준 셈인데, 테니스라는 같은 취미가 있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죠.”

김 이사장이 말하는 정 의원은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고 한국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가장 ‘한국적인 남자’이자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챙겨 듣는 사람이다. 또한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신문 5개 정도를 읽고 가판까지 사서 보기도 하는 신문광, 독서광이다.

“고3인 막내 아들의 논술책을 가져가서 읽을 정도예요. 고개를 숙이고 책을 많이 읽어 눈밑에 주름이 생긴다고 바가지를 긁어도 소용이 없어요.”

김 이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 생전에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청운동 자택으로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오전 6시 이전에 아들들과 아침식사를 했기 때문에 그땐 힘들었지만 참 대단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밖으로는 통이 크다고만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시어머니가 와병 중일 때 생활비까지 직접 챙겨줬을 정도로 자상하고 섬세한 분이었다고 그는 기억했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시아버님이 옷을 해 입으라고 용돈을 주시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남편도 안 줬는데, 너무 감사했죠. 큰 사업가가 되려면 꼼꼼하고 섬세한 면도 필요한 것 같아요.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때 정말 기뻐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기업을 하면서 느낀 것과는 다른 종류의 보람이라고 감격하셨죠.”

서욱진/이승우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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