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우승 가능성 보고 선수 후원…클럽·볼 매출 3년내 톱3 진입 목표"

입력 2013-01-27 17:04   수정 2013-01-27 22:36

한경이 만난 사람 (5) 김동욱 나이키골프코리아 사장


“나이키골프는 선수를 선택할 때 메이저대회 우승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1990년대 후반 타이거 우즈(미국)와 계약을 맺고 골프 비즈니스에 뛰어든 나이키골프는 최근 차세대 ‘골프 황제’로 부상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영입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세계 랭킹 1, 2위를 보유한 나이키골프는 용품 시장에서도 ‘황제’로 등극할 태세다.

김동욱 나이키골프 코리아 사장은 27일 “현재 회사 분위기는 우즈를 처음 잡았을 때와 흡사하다”며 “한국도 기대주인 노승열이 합류해 약했던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제품도 공격적으로 출시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나이키골프는 매킬로이와 함께 일본의 ‘샛별’ 이시카와 료와도 영입하기 위해 계약을 시도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이시카와를 끌어들여 ‘나이키골프팀’을 화려한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골프계의 ‘레알 마드리드’로 만들려고 했으나 막판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즈는 계약 이후 시차를 두고 나이키클럽으로 교체했지만 매킬로이와 노승열은 계약하자마자 단번에 클럽을 바꿔버려 지나치게 모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선수 성향 차이다. 우즈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스타일이라 1~2야드만 차이가 나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매킬로이나 노승열은 클럽 교체에 별로 거부감을 갖지 않는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일반 고무 대신 ‘레진(합성수지)’을 ‘코어(중심)’로 사용한 나이키 볼 ‘20XI’가 출시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우즈가 아직 쓰고 있지 않는 것도 컨디션이나 심리 상태가 100%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올해 메이저 우승을 하고 나면 볼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장은 “우즈가 맹활약하던 시절에는 신생 브랜드였던 나이키골프 제품이 받쳐주지 못하는 느낌이 많았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는 브랜드 파워에다 선수, 제품 등 3가지 모두 시장에서 어필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아직 10위권 밖에 처져 있지만 3년 내에 클럽 매출은 ‘톱5’, 볼은 ‘톱3’에 들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로 내놓은 ‘VR-S 코버트 드라이버’는 나이키골프의 신기술을 모두 결집한 역작이다. 이 제품은 아이언에서 반발력을 높이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헤드 뒷면을 움푹하게 한 ‘캐비티백 기술’을 세계 최초로 드라이버 헤드에 적용했다. 샤프트 교체가 간편한 데다 헤드 로프트와 페이스앵글도 손쉽게 바꿀 수 있다. 김 사장은 “코버트 드라이버는 사각 헤드 드라이버 이후 나이키에서 가장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제품으로 앞으로 3년 이상 라인업을 유지할 것”이라며 “골퍼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올해 전국 시타 행사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골프 시장이 매우 독특하다고 그는 진단했다. “한국처럼 골프 브랜드가 많은 곳이 없어요. 미국과 일본에서 온 메이저 브랜드만 20개에다 마이너까지 합치면 50개 정도가 경쟁을 벌이고 있죠. 드라이버 하나에 100만원이 넘어도 찾는 사람이 많고 수백, 수천만원짜리 풀세트가 팔리는 곳도 한국밖에 없을 겁니다.”

최근 골프용품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으나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영국과 엇비슷한 세계 3~4위 규모로 무시 못할 시장입니다. 현재 거품이 빠지고 있어 적절한 가격과 건전한 유통구조가 확립되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김 사장은 고려대를 졸업한 뒤 4년간 광고회사 대홍기획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공부했다. 귀국 후 씨티은행과 나이키 스포츠의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앞으로 골프용품 시장은 클럽과 볼뿐만 아니라 의류, 골프화 등을 갖춘 ‘토털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며 “나이키골프 전문 매장을 확대해 토털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정립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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