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열전⑥] 회사에 '룸살롱'? … 현대차그룹 '이단아' 글로벌서 일 낸다

입력 2013-01-28 08:00   수정 2013-01-28 15:33




[광·대(광고대행사) 열전 6] 이노션 월드와이드

"이 대리, 오후 3시에 룸살롱에서 보자."
"점심 먹고 감방(感방)으로 다 모여."

광고회사 이노션월드와이드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다. 지난해 회의실 이름을 룸살롱부터 멘붕클리닉, 화장실까지 독특하게 작명한 것. 이노션은 '일하는 장소'라기 보단 '멀티플렉스' 공간에 가깝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사인 이노션은 그룹 내에서도 '이단아'로 불린다. 보수적인 그룹 분위기와 거리가 있기 때문. 광고회사란 특성도 있지만 애초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목표로 만들어져 개방적인 분위기가 가능했다. 임직원들 사이에선 "구글 부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이노션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매출 비중은 해외 60%, 국내 40% 정도. 회사 설립 첫해 해외법인을 세웠다. 현재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세계 16개국 21개 거점을 두고 있다. 현재 이노션은 국내 업계 2위다. 2011년 광고취급액은 3조4891억 원.

◆'우물' 뛰쳐나간 개구리, 글로벌서 뛴다

지난해는 특히 이노션의 글로벌 활동이 빛을 발했다.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정상급 글로벌 브랜드 광고를 수주했다. 이노션 미국법인이 세계적인 골프브랜드 풋조이를 신규 광고주로 영입했다.

세계 광고대행사들의 각축장인 미국 시장에서 국내 회사가 광고주를 쟁취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노션 미국법인에서 만든 미국 수퍼볼 광고는 지난해 선호도 조사에서 55개 광고 중 7위에 올랐다. 1989년부터 시작된 수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국내 기업 광고가 10위 안에 든 것도 처음이다. 현대차 벨로스터가 지구에서 가장 빠르다는 치타와 경쟁한다는 콘셉트로 제작한 광고였다.

수퍼볼은 초당 광고비가 1억 원이 넘을 정도로 광고 효과가 커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광고회사들의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다. 이노션은 2010년 수퍼볼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한 뒤 2년 만에 자존심을 세운 셈이다.



◆여덟살 광고회사, 저력은?

8년차 광고회사 이노션의 '글로벌 파워'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 "해외 법인들도 본사의 분위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안건희 이노션 대표의 생각. 600명이 넘는 현지 직원들이 본사, 한국에 대한 이해와 체험을 통해 소속감을 키워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2009년부터 세계 해외법인 직원들을 서울 역삼동 이노션 본사로 초청하는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노션에서 제작하는 모든 광고는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보일까'를 고려한다. 각 현지법인의 광고를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일도 잦다고. 해외법인을 세울 때는 본사에서 법인장을 내보내고 현지에서 마케팅디렉터를 뽑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

이노션의 한 임직원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고려하는 광고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체감 온도가 다르다"고 말한다.

◆'고졸' 광고인, 새 역사 만든다

"땔감이 아닌 큰 숲의 나무로 키워주겠다."

이노션이 창립 때부터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현대차그룹의 '인재 우선' 정책을 이어받았다. 설립 당시 현대차 인사 담당자가 이노션으로 옮겨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노션 임원진들은 "한번 떠난 직원도 다시 돌아오는 회사"라고 자신한다. 현대차의 제조업 마인드를 갖고 광고인을 육성한다는 정책이 효과를 봤다.

최근엔 업계 최초로 '고졸' 정규직 사원을 뽑았다. 고교생의 입사 오디션 프로그램인 KBS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 스카우트'를 통해서다. 대구 구남보건고 2학년 배혜진 양이 그 주인공. '학벌이 좋다'는 광고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이노션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다른 광고회사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프로그램 출연을 거절했지만 '고졸 출신' 광고인도 다를 바 없이 키우겠다는 각오로 결정했다. 배 양은 현재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노션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노션 홍보 관계자는 "학력이나 일반적인 스펙보다는 개인의 발전 가능성, 그리고 우리 업(業)에 대한 애정과 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며 "이것이 이노션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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