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새 임원 오니 180도 바뀐 증시전망…"영혼 없는 월급쟁이가 맞춰야지…"

입력 2013-01-28 16:40   수정 2013-01-28 21:44

임원 인사 대응법

상무님의 짐정리는 '득템' 기회…옛정 간데 없고 물건 챙기기 바빠

007 뺨치는 '신상 탐색전'
좋아하는 음식·패션·주량…사내 정보통 메신저 불나

상무님 있을 때가 최고?
"분위기 어때" 前 임원의 연락 …"없으니 천국" 말할 수도 없고



한 금융사 투자전략팀에서 일하는 A과장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팀을 총괄하는 B상무가 최근 교체됐기 때문이다. B상무는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대표적인 ‘약세론자’였다. 그 자리에는 향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강세론자’인 C이사가 새로 부임했다.

A과장은 그동안 옛 임원의 기조에 맞춰 약세장을 전망하는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간의 시장 전망 논리를 스스로 부정해야 할 판이다. 팀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동안 우리가 한 게 뭐였지….” “그래도 임원이 바뀌었는데 아랫사람이 맞춰야지 않겠어….” “공무원들 보고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가 딱 그 짝이네.”

연말 연초, 회사별로 임원 인사가 한창이다. 임원 교체는 한 부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이다. 담당 임원이 바뀐다는 소문에 지시받은 업무를 차일피일 미뤄놨던 김 과장은 그가 ‘스테이(연임)’한다는 소식에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담당 임원에게 찍혀 매일 시달렸던 정 과장은 최근 임원 교체 소식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고 주임은 부원들을 대신해 신규 임원의 성격, 취미 등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임원 인사철을 맞아 울고 웃는 김 과장 이 대리들의 풍경이다.


○야근 시즌이 돌아왔다

오매불망 임원 인사를 기다리던 김 대리. 인사팀에서 시기가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듣자 한숨부터 나왔다. 한 달 전부터 그가 속한 마케팅팀을 포함해 경영지원본부 전체가 연일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임원 인사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 연례행사다.

승진을 자신하는 임원들은 ‘혹시나 다 된 밥에 재 뿌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승진이 불확실한 임원들은 ‘막판에 어떻게든 점수를 따야 한다’는 절박감에 업무 강도를 높이다 보니 생긴 일이다. 임원들도 사장님이 혹시라도 밤 늦게 찾지 않을까 비상대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 임원의 승진을 바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연일 할 일도 없이 자리를 지키다 보니 지쳤습니다. 지금은 그냥 인사가 빨리 나기만을 바랄 뿐이죠.”

○불똥 튀는 메신저

인사발표가 임박하면 사내 메신저를 통한 정보탐색전이 치열하다. 이 탐색의 과정에서 누가 진정한 사내 정보통이냐가 판가름 난다. 인사가 나고 나면 더 바빠진다. 임원이 사업부를 옮기게 되면 해당 사업부 직원들의 탐문 전화가 수없이 걸려온다. 대기업체 직원 김 과장은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업무 스타일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음식에 패션, 주량까지 다 물어보는 통에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팀장이나 임원이 교체되면 초반에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경우도 적으니 다들 인사 전후로는 탐색전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황당한 것은 어느 정도 인사 윤곽이 잡혀 새로 오는 임원의 평판 조사까지 마쳤는데 발표 당일 엉뚱한 사람이 오는 경우다. “어쩌겠어요, 부실한 정보선을 탓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인사철의 하이에나들

“실장님, 이건 필요 없으시죠?” “우와, 이사님 이게 다 뭐예요?” 정 과장은 인사철마다 벌어지는 철 없는 후배 대리들의 행태가 눈꼴사납다. 인사발령이 나면 임원들의 짐 정리를 주로 부원들이 도와준다. 그런데 정 과장 부서의 남자 대리들은 짐을 싸는 상사에게 도와주겠다며 다가가 정작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각종 기념품이나 잊고 있던 골프공들을 챙기기에 바쁘다. “상사가 짐을 싸기 시작하면 하이에나들처럼 달려들어요. 그러고는 휴게실에서 좋은 볼펜이나 시계 등을 ‘득템’했다면서 떠벌리고 있는 걸 보면 한심하죠. 사람에 대한 애정은 간 데 없고, 물욕만 남아 있는 걸 보면….”

○전 임원의 안부전화, 씹을 수도 없고…

“별일 없냐? 고 상무가 맡았으니 걱정 없겠네?” 김 과장은 과거 담당 임원이었던 정 상무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받는다. 지금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정 상무. 업무 협의차 전화할 때마다 김 과장에게 넌지시 현 담당 임원인 상무의 업무 방식이나 분위기 등을 묻곤 한다.

정 상무는 관심없는 척 하지만 김 과장은 그가 원하는 답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정 상무님 계실 때가 최고였죠. 지금은 분위기도 좀 그때 같지 않네요. 휴….” 그럼 정 상무는 껄껄 웃으며 “김 과장, 힘들더라도 우리 고 상무님 옆에서 잘 도와드려야 돼~”하며 전화를 끊는다. 김 과장은 그제서야 나지막이 혼잣말을 한다. “힘들기는…. 그때 생각하면 지금이 천국이네요, 천국.”

○앗! TV 드라마랑 다르네요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외부에서 새 임원이 온다는 소식에 재무·기획본부 여직원들은 들뜬 마음에 수다를 떠느라 정신없었다. 해외 유명 경영대학원 MBA 출신에 외국계 컨설팅회사를 다닌 39세 싱글남이라는 소문에 여직원들의 기대치는 한껏 올라가 있었다. 50대 후반 임원이 즐비한 회사에서 파격적인 발탁이다.

하지만 담당 임원의 첫 출근 날, 들떠 있던 여직원들은 침묵에 휩싸였다. 반쯤 벗겨진 머리, 살짝 나온 뱃살과 함께 풍기는 중년의 아우라는 여느 임원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여직원들끼리 오가는 메신저 대화 내용. “언니, 정녕 드라마에 나오는 엄친아 임원은 없는 건가요.” “일이나 해라.”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모 전자회사 총무팀 이 부장은 인사시즌이 되면 바빠진다. 임원 교체에 따른 책상 옮기기, 자리 만들기 등등 챙겨야 할 일이 많다. 몇 년 전에도 임원 한 명이 문책성 인사로 계열사로 발령나 그 임원 자리를 치워야 할 상황이 됐다. 이 부장은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 대수롭지 않게 그 임원을 찾아가서 냉랭하게 “내일까지 방을 빼주세요”라고 했다.

몇 년 뒤, 회사에서 그 임원을 본사 임원자리에 복귀시켰다. 제일 당황한 것은 총무팀 이 부장. 그는 임원이 오기도 전에 모든 자리를 세팅하고 청소까지 말끔히 해놨다. 일종의 반성과 아부.

그 이후 이 부장은 퇴직이나 계열사로 이동하는 임원에 대해서는 절대로 먼저 자리를 빼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오래 끝까지 잘 정리하고 가세요”라는 멘트를 날린다고 한다. 그가 실수에서 배운 처세술이다.

고경봉/윤정현/김일규/강경민/정소람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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