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회사채 수요도 살아나
▶마켓인사이트 1월28일 오후 2시14분
연초 회사채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신용등급이 AA급인 우량 기업부터 지난해 말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었던 A급 기업까지 앞다퉈 채권시장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업종이나 그룹 위험이 부각된 비우량 기업은 갖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조달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2월까지 4조4000억원 발행 예정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음달까지 약 4조4000억원을 웃도는 회사채가 발행될 예정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뿐 아니라 은행 단기차입금을 갚아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려는 목적까지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AA-의 우량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GS건설은 다음달 5일 총 3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작년 10월 이후 네 달 만이다. 조달한 자금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고 은행의 외화대출을 갚는 데 사용한다. 현대제철(AA)은 29일 채권시장에서 2000억원을 조달한다. 회사채 차환 발행으로 현대제철은 3년 만기 기준 금융비용을 연 2.12%포인트 낮추게 됐다.
미리 운영자금이나 투자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단말기 대금을 지급하는 등 운영자금 용도로 29일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지난 24일에는 KT텔레캅이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규 가입자 유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투자자금 규모가 커지자 새로운 조달 수단을 선택했다.
○살아나는 A급 회사채시장
작년 하반기 A급 기업인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던 A급 회사채에 대해서도 투자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투자자 눈높이에 맞는 발행금리만 제시하면 수요 예측도 무난하게 성공하는 추세다.
신용등급이 A인 두산인프라코어는 30일 발행할 회사채 규모를 당초 16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22일 실시한 수요예측에 기관투자가가 대거 몰린 덕분이다. 25일 회사채 발행을 마친 대상(A+)도 기관투자가의 높은 관심으로 좋은 조건에 자금을 조달했다. A-의 크라운제과 회사채 수요 예측에는 발행 예정액의 두 배인 600억원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채 시장이 살아난 데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풍부한 시장 유동성이 영향을 미쳤다. 연초 자금운용을 재개한 기관투자가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우회 수단 택하는 BBB급 기업
다만 업종과 그룹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BBB급 기업은 여전히 어렵다. 이들은 우회적인 조달 수단을 찾고 있다. BBB+의 동부팜한농은 이례적으로 울산공장을 담보로 제공, 회사채 신용등급을 높였다. 아시아나항공은 BBB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아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박현식 키스채권평가 연구원은 “기준금리 이하로 내려간 국채 금리에 비해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아직 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지만 A급 중에서도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은 기업은 시장에서 소화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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