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부터 국방비 등 절반 줄어
지난해 12월31일 백악관과 공화당 간의 극적인 협상 타결로 잠시 미뤄졌던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가 부분적으로나마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3월1일로 연기해놓은 연 1100억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sequester)을 결국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다.
공화당 소속의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NBC 방송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시퀘스터가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그는 “공화당은 이미 적자 감축을 위한 법안을 두 번이나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과 백악관은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만 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팻 투미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정부 지출 삭감을 위한 다른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면 좋겠지만 백악관 및 민주당과 합의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공화당이 세수를 늘리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시퀘스터가 현실화되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 공화당은 재정절벽 협상에서 이미 연 40만달러(부부 합산 45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에 동의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증세는 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시퀘스터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된 각종 감세 혜택 종료와 함께 미국을 재정절벽으로 이끄는 요소였다. 2011년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2021년까지 총 1조2000억달러의 정부 지출을 자동 삭감하는 안에 합의했다. 국방 예산에서 50%, 나머지 정부 프로그램에서 50%를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반드시 균형 잡힌 적자 감축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배수의 진’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후 1년반 동안 양측은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연말 재정절벽 협상 과정에서 2개월 더 시간을 벌었지만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의회 보좌관들은 “현재 시퀘스터를 피하기 위한 어떤 협상이나 노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분야 조사업체인 매크로이코노믹스어드바이저는 시퀘스터가 현실화되면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7%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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