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자력 R&D 경쟁력 키우는 길

입력 2013-01-28 17:13   수정 2013-01-29 00:13

원자력 기초연구, 안정 지원 필요
효율성, 이윤 추구하면 위축 우려
원자력규제기능도 독립이 바람직

김일한 < 서울대 의대 교수 / 방사선방어학회 차기회장 > ihkim@snu.ac.kr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 중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기초과학 연구에서부터 산업화 연구까지 통합적으로 육성하도록 한 것은 통찰력 있는 결정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 진흥을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창조경제를 추구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전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이번 기회에 현 정부에서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교육 부처에 흡수 통합되면서 과학기술인들이 느꼈던 안타까움이 해소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개편안 내용 중에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이관하면서 원자력 기술과 방사선 기술 연구개발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사선 종양학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우선 원자력 연구개발 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이 원자력 안전규제와 원자력 진흥을 분리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협약에 따른 조치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을 일부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IAEA 원자력안전협약은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사고 발생시 영향이 국경을 초월해서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만들어졌다. 이 협약의 제2조(정의)와 3조(적용범위)를 살펴보면 원자력 진흥의 대상은 조약 가입 당사국의 관할권 아래에 있는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발전소의 운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방사성 물질의 저장, 취급 및 처리 시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원자력을 이용한 기초 연구개발 활동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IAEA 원자력안전협약의 원칙을 이유로 지금까지 과학기술 부처가 담당해온 기초공공적 원자력 연구개발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이관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와 일거리 창출의 책임을 맡게 될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과 어떤 연관성이 있어 미래부 산하로 들어와야 하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원자력 연구개발의 다양한 분야 중 필자가 몸담고 있는 방사선 의학 분야는 과학기술 행정부처의 지속적이고도 장기적인 연구개발 지원으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CT나 PET 등 방사선 기술은 이미 많은 암환자의 정밀한 진단에 사용되고 있으며, 암 치료에서도 방사선 치료의 중요성이 커져 현재 국내 암환자의 약 27% 정도가 방사선 치료의 혜택을 받고 있고 앞으로 미국 유럽 등지의 50~6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정상조직에는 손상을 최소화하고 암 질환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중입자 치료 기술 등 고정밀 방사선 치료 기술 개발,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표적자에 결합시킨 방사성 암표적 치료제 개발 등 국민을 암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도전 과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서 기초연구 지원과 관련성이 약한 산업 지원 부처로 원자력 연구개발을 이관하면 안정적인 연구지원 체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방사선 의학, 생물학, 육종, 환경 등 많은 분야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이 위축될까 심히 우려된다.

방사선 의학뿐 아니라 원전 안전성 향상 연구,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 개발 연구 등 원자력 연구개발로 수행되는 대부분의 과제가 당장 산업체의 이익보다는 국민 건강과 국민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장기 국책 과제들이다. 이 과제들을 효율성과 이윤 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원전 산업 담당 부서의 손에 맡긴다는 것은 안될 말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좋은 해법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독립된 기관으로 유지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총리실 산하 또는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행정부로 이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원자력 연구개발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존속시켜 그 공공성을 담보해주고 다른 기초기반 연구 분야와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 취지를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일한 < 서울대 의대 교수 / 방사선방어학회 차기회장 > ihkim@snu.ac.kr



▶ 소유진 남편, 연대 나왔는데 17억 빚 떠안고…

▶ '개콘' 김대희, 족발집 '몰빵' 한달 챙기는 돈이

▶ 박신양이 자랑한 '7천만원대' 신혼집 보니

▶ 20대男 "부킹女와 모텔 갔지만…" 대반전

▶ 완벽 미모女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