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현지 취재
"매년 수십곳 인수…창조성 유지 위해 젊은 기업 '수혈'
한국서 M&A하면 '재벌이 별거 다해' 지탄받기 쉬워"
샌프란시스코만이 내다보이는 미국 멘로파크 해커웨이(Hackerway) 1번가. 페이스북 신사옥에 들어서자 가입자 10억명의 ‘사이버 제국’답지 않게 지붕 밑으로 배관이 다 보인다. 바닥도 카펫 없이 시멘트 그대로다.
“사옥을 옮기며 천장과 카펫을 걷어냈다. 우리 사업은 아직 ‘미개척지(unfinished filed)’란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커져도 처음 시작하던 때를 기억하자는 의미다.” 홍보담당자인 아리엘 아리아 씨의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직원이 수천명대로 불어나자 지난해 초 인근 팰러앨토에서 이 곳으로 이전했다. 오라클에 합병된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본사 빌딩을 매입, 리모델링했다. 예술가를 불러 흰색 벽에 그래피티를 그려넣고, 직원들에게 25달러씩 나눠줘 자기 자리를 꾸미도록 했다.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커다란 사무실에서 칸막이(큐비클) 없이 일한다. 협업을 위해서다.
건물 곳곳엔 이 같은 초기 창의적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스며 있다. ‘일단 하는 게 완벽한 것보다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 ‘빨리 움직이고 부숴라(Move fast and break things)’ 등이 적힌 배너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중앙광장 옆 건물 벽엔 ‘더 해커컴퍼니(THE HACKER COMPANY)’란 간판을 걸었다.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학생 정보를 해킹해 페이스북을 만들었던 당시 정신을 되새기자는 차원이다.
창조적 문화와 신사업 개발을 위해 페이스북이 택한 또 다른 방법은 스타트업(신생기업)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5월 만 2년 된 사진 공유 서비스업체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사들인 것을
비롯해 모바일 쿠폰 업체 태그타일, 친구 소식 알림 서비스업체 프렌드피드 등 그동안 인수한 스타트업이 30여개에 이른다. 이 중 절반가량인 16개가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그만큼 실리콘밸리 지역의 스타트업이 혁신적이란 얘기다.
페이스북의 인수 방식은 고용인수(Acq-hire)로 불린다. 사업모델과 인재를 함께 사들이는 방식이다. 한 예로 위치추적 업체인 포스퀘어 인수에 실패하자 비슷한 사업을 하는 핫포테이포를 사들이고 그 창업자 저스틴 셰퍼를 위치 데이터베이스 사업 책임자로 임명했다. 김지윤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페이스북 그루폰 트위터 등 인재의 아이디어와 사업모델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에서 고용인수가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2010년 47개, 2011년 57개 등 그동안 수백개 기업을 인수했다. 2005년 안드로이드를 사들여 5억명 이상이 쓰는 모바일 운영체제(OS)로 키워냈고, 2006년 동영상 공유업체 유튜브, 2007년 온라인 광고회사 더블클릭, 2009년 모바일 광고회사 애드몹을 인수했다. 또 지난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에 사들였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아이폰에 들어간 음성인식 기능 ‘시리’는 2010년 인수한 시리의 것이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출신의 박병화 인터멀레큘러(현지 반도체설계 업체) 이사는 “미국 기업은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그 분야의 스타트업을 사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사면 그 분야 기술과 함께 인재도 확보할 수 있고, 잠재적 경쟁자를 없애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M&A에 소극적인 편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중소기업을 사들이면, 중기 업종을 침해했다거나 재벌이 별 걸 다한다고 지탄받을 수 있다. 내부 순혈주의 등으로 인수한 뒤 시너지를 내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현지 벤처캐피털인 포메이션8의 브라이언 구 대표는 “한국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와서 신기술, 신사업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성공적인 투자 사례가 별로 없다”며 “현지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문화, 의사결정 구조 등 다른 게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사업을 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최고경영자(CEO)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 기업은 개발 담당 엔지니어와 사업담당 기획부가 나눠져 있어 서로 간 소통이 쉽지 않다는 게 구 대표가 경험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인재들이 대기업에 몰려 있는 것도 실리콘밸리와 사뭇 다르다. 박 이사는 “한국에선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베끼거나 핵심 인재를 빼가는 경우가 많아 실리콘밸리처럼 창업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멘로파크·새너제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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