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하나 없는 서민의 딸이 어떻게 하면 고급주택에서 살 수 있을까. 지난 27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와 2009년 방영됐던 중국 드라마 ‘워쥐(蝸居·달팽이집)’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두 드라마가 제시한 해답도 비슷하다. 부유한 남자에게 철저히 의존하는 것이다. ‘청담동 앨리스’의 가난한 의류 디자이너 세경은 “나도 남들처럼 청담동에 살겠다”는 일념으로 부잣집 남자와의 결혼에 모든 것을 던진다. ‘혼(婚)테크’의 성공을 꿈꾸는 것이다.
‘워쥐’의 주인공 하이자오의 선택은 좀 더 참담하다. 상하이 명문 푸둥대를 졸업한 재원이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오래 사귄 남자친구를 배신하고 지방관료의 첩이 된다. 법정에서 부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중국 공무원들의 95%가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얼나이(二·첩)’는 중국의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나날이 커지는 빈부격차 속에서 주인공들은 두 나라의 여건에 맞는 계층상승 방법을 찾은 셈이다. 이처럼 독하게 세태를 고발했지만, 두 드라마의 결말은 어정쩡했다. 원래 33회 방영할 예정이던 ‘워쥐’는 2009년 11월 10회로 종영했다. 사회적 파급을 우려한 검열당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여주인공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원작 소설(워쥐)의 비극적 결말도 조기 종영과정에서 지방관료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속죄하는 인과응보로 바뀌게 됐다.
‘청담동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우여곡절을 통해 세경의 속물적인 욕망이 드러나지만, 그럼에도 부잣집 아들은 세경을 사랑하게 되고 결혼에 골인한다는 것이다. 해피엔딩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용두사미의 어정쩡한 결말이 지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빈부격차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고, 그만큼 세상에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넘쳐난다. ‘청담동 앨리스’와 ‘워쥐’의 초반 설정처럼 현실의 신데렐라들에게 사랑의 낭만 따위는 없다. 그런데 유독 한국과 중국에서 비슷한 세태 고발 드라마가 이상한 결말을 맞은 것은 중국 정부든 한국의 시청자든 현실을 대면할 용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받아들일 때 국가는 빈부격차를 줄일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고, 개인은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사다리를 한 칸씩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노경목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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