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변심한 외국인…'코리아 엑소더스' 언제까지?

입력 2013-01-29 11:04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멈추지 않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90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같은 매도 규모는 지난해 5월16일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은 최근 사흘 동안만 1조1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날 오전 10시44분 현재 코스피는 닷새만에 반등하고 있지만, '사자' 대열에 외국인은 없다. 외국인은 장중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더니 결국 13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 같은 외국인의 '변심'에 코스피는 적응을 못 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주식을 17조6000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대외 불안에도 외국인의 러브콜은 멈추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외국인의 수급은 부메랑이 돼 국내 증시를 역습하고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는 대외 호재 및 악재보다는 외국인 수급 공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최근 외국인 순매도 강도는 2010년 그리스 구제금융 신청과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의 위기국면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 증시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중에도 유독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는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형 펀드자금이 전주 15억5000만달러 순유입되며 20주 연속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배분 강도는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홍콩과 싱가폴에서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실시했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한국의 투자 매력도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해 한국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역내 다른 투자대상국인 중국, 동남아시아 및 일본 등에 비해서도 경기부양정책의 강도 및 성장률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외국인 시각이라는 얘기다.

환율 이슈로 한국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에 대해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감지되는 것도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한국과 함께 IT 비중이 높은 대만 증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IT에 대한 외국인의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대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7개국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대만에서만 외국인이 순매도 했고, 2013년 연간 단위로도 한국과 대만만이 외국인 순매도 국가"라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이 외국인에게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IT섹터 비중 축소의 영향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 영향으로 뱅가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급에 악재가 되고 있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뱅가드 대체지수인 FTSE 이머징 대체지수 내 한국의 반영 비율은 최초 지난 9일 14.60%에서13.28%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차츰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되지 않는다면 외국인투자가 매도 공세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증시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2~8.3배 수준이어서 2010년 이후 최저수준에 근접해 있어 추가 조정 리스크도 낮다"고 강조했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도 "원화의 강세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강세 기조가 주춤거리고 있으며 글로벌 교역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 무역 수지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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