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입증도 쉽지 않아
불면증 환자를 위한 수면유도제 ‘졸피뎀’이 성폭행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술 등에 섞인 졸피뎀을 다량 복용하면 피해자는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환각 상태에서 자신의 행동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스마트폰 채팅 프로그램을 이용, 여성을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 의사 김모씨(34)와 경기 포천시에 근무하는 군의관 임모씨(31)를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피해 여성 A씨는 화장실에 간 사이 김씨 등이 술잔에 졸피뎀을 섞어 잠들게 한 뒤 두 사람이 차례로 성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김씨 일행이 건넨 술을 마시자 평소와는 다르게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정신이 몽롱했고, 이날 일의 상당 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연구에서는 졸피뎀을 복용한 뒤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한 환자가 운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행동이 보고되기도 했다. 김씨와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9월 광주에서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젊은 여성 4명에게 졸피뎀을 먹이고 집단으로 성폭행한 일당이 붙잡혔다. 같은달 경기 성남시 분당에선 채용면접을 빌미로 졸피뎀을 커피 등에 타 먹인 뒤 여성 3명을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붙잡히는 등 졸피뎀을 이용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마약 성분이 함유돼 있는 졸피뎀을 인터넷 등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졸피뎀’을 입력하자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에서 ‘졸피뎀과 같은 환각제를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게시판에 나온 번호를 골라 전화하자 판매자는 “1정에 1만5000원이고 입금 후 3시간 안에 퀵서비스로 배달해 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판매자는 “국내에서 처방받는 졸피뎀의 용량은 정당 10㎎이지만 해외 제품은 20㎎으로 환각이 더 오래 지속된다”며 “2~3정만 술에 타서 여성에게 먹일 경우 거의 기억을 못하는 마약의 일종”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넷뿐만이 아니다. 이날 방문한 서울 평동의 한 내과에선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기자의 말에 담당 의사가 졸피뎀 두 달치(60정)를 바로 처방해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 졸피뎀 등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2008년 18만9351명에서 2011년 32만7946명으로 73% 늘었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피해 여성 대부분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해 범죄 사실 입증이 쉽지 않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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