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制로 기업 감시하겠다는 공정위…백화점·마트·온라인몰 "최악의 발상"

입력 2013-01-29 17:07   수정 2013-01-30 02:53

현실 무시한'거래 공정화'… 유통업계 반발
납품업체가 더 원해 … 오히려 손해



“백화점이 판촉행사비, 광고비 같은 것을 전부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바람에 중소업체들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5일 인수위원들과 토론회에서 전한 중소 납품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이로부터 나흘만인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 보호 대책을 내놨다. 중소 납품업체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은 “오히려 유통산업과 고용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위법 잦은 업체는 형사 고발

공정위가 이날 내놓은 ‘유통분야 거래 공정화 방안'은 중소 납품업체 보호를 위한 종합 대책의 성격을 갖는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판매장려금 억제, 판촉사원 파견, 인테리어비 전가 등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한꺼번에 손질하겠다는 의도다. 공정위는 우선 표준거래계약서를 고쳐 인테리어비, 광고비, 물류비, 판촉사원비 등 각종 추가 부담 기준을 손질하기로 했다. 이들 비용은 그동안 납품업체가 전담했지만 앞으로는 일정 기준에 따라 분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납품업체에 이중 부담을 주는 판매장려금도 개선한다. 대형 마트는 납품업체의 상품을 사들인뒤 일정한 수수료를 붙여 판매하면서 납품업체 매출의 일부를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가져간다. 이를 최소한으로 막겠다는 얘기다.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판촉사원을 요구하는 행위도 엄격히 제한한다. 대규모유통업법은 판촉사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예외 허용 사유가 너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백화점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하는 특약매입거래는 축소를 유도하기로 했다. 특약매입거래는 백화점이 납품업체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한뒤 판매실적이 나쁘면 반품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특히 중소 납품업체를 보호하는 옴부즈만을 신설하고 위반 행위가 잦은 유통업체에 대해서는 책임자를 직접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고용·판매 위축 우려

대형 유통업체들은 공정위 방침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내놓은 방안은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순기능보다 유통산업과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게 업계의 우려다.

특히 업계가 지난해 11월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등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다시 종합 규제 방안이 나오자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시장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내놓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표적인 것이 판촉사원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는 ‘납품업체 의사에 반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판촉사원을 파견하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판촉사원 파견은 납품업체가 원해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판촉사원 파견을 제한하면 납품업체는 매출이 줄어 오히려 손해를 입을 것”이라며 “판촉사원이 줄어드는 만큼 고용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비용 분담에 대해서도 백화점 업계에선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은 입점업체 의사와 무관하게 인테리어를 개선해야 할 때는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점업체 자체적인 필요성에 따라 인테리어를 바꿀 때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입점업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백화점 측 설명이다.

주용석/유승호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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