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인 의료기기 사업 확대를 위해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올 들어 사업부장을 전무급에서 사장급으로 격상한 데 이어 미국의 전문 의료기기 업체를 전격 인수했다. 삼성은 의료기기 개발에 필수적인 광학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9일 미국의 컴퓨터단층촬영(CT) 전문 의료기기 업체인 뉴로로지카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매사추세츠주 댄버스에 있는 뉴로로지카는 2004년 설립된 CT 장비 전문 업체다. 이동형 CT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으며 대형 CT를 만들 수 있는 독자 기술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의 초음파진단기기, 체외진단기기, 디지털엑스레이에 더해 CT까지 의료기기 전반에서 빠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은 뉴로로지카 지분을 100%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의료기기 사업은 2010년 삼성이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다. 삼성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 매출 50조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10년 엑스레이 업체인 레이, 초음파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 2011년 미국 심장질환 진단 전문기업인 넥서스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후 혈액검사기, 디지털엑스레이 등을 내놨지만 고가 장비인 자기공명영상장치(MRI) CT 내시경 등은 아직 개발 단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의료기기사업팀을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시키고, 윤부근 사장이 이끄는 소비자가전(CE) 부문에 배속시켰다. 또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으로 이동시켰다. 조 사장은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을 개발하며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기술 전문가다. 삼성메디슨의 대표이사 자리도 겸직한다.
삼성은 CT 등 의료기기 개발에 필수적인 광학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독일 일부 업체가 가진 첨단 광학기술을 확보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추가 인수·합병(M&A)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부근 사장은 “사업을 하는 데 우리 전략에 맞아떨어지거나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인수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3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GE와 지멘스 등 미국과 유럽 업체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삼성은 의료기기에 첨단 디스플레이와 광학기술, 전자제어기술 등이 합쳐지고 있어 디지털 기술에 강한 삼성전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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