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정태 교수, 미국을 플레이하다

입력 2013-01-30 09:40   수정 2013-01-30 14:33

<p>김정태 교수, 미국을 플레이하다[2]
(2) LA코리아타운, 첫 탐험 시작하다. How to Play America</p> <p>5보 이상은 탑승해야 한다니,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대체 어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p> <p>1996년 봄, 미국 LA게임대륙의 첫 밤

마치, 전형적인 롤플레잉게임(RPG, Role Playing Game)에서 맨 처음 알 수 없는 어딘가에 뚝 떨어져 게임을 시작하듯, 초보 미국 플레이어는 그렇게 미국 게임 대륙에 로그인을 시작했다. 1996년 봄, 20대 후반의 필자는 미국 LA의 어느 곳엔가 덩그러니 뚝 떨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p> <p>RPG에서는 대개 이런 경우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마을의 정보도 알아내고, 퀘스트(임무)도 받고 레벨도 올리고 그러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p> <p>'나도 그럼 슬슬 주변을 탐험해 볼까? 잘하면 이런 저런 퀘스트도 해결하고, 경험치도 올려봐야겠어'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p> <p>숙소에 짐을 풀고, 로비로 내려갔다. 일본정통 RPG '은하영웅전설' 속의 여관 풍 느낌이 나는 호텔 로비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클릭하고 두드리고, 기웃거리는 것처럼, 필자도 미국게임 대륙 속의 첫 번째 호텔을 두리번거렸다.</p> <p>
영어로 된 여러 종류의 식당, 카페, 연회장, 헬스클럽 등을 가리키는 푯말을 따라 가서 메뉴판도 보고 행사장을 기웃거려보기도 했다. 그래 이렇게 서성거릴 게 아니라, 게임에서도 일단 NPC(Non Playable Character)에게 물어봐야 게임이 진행되는 게 아니었던가?

로비에 있는 호텔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마치 '영웅전설 시리즈'의 주인공캐릭터가 여관 주인(NPC)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정보를 모으는 양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p> <p>'안녕하시오(Hello).' 가볍게 던졌다.</p> <p>'어떻게 도와드릴까요(How can I help you, Sir?)' 어라, 나보고, Sir(남자에게 쓰는 존칭)라는 표현을 쓰네, 기분이 좋았다. 그래 이번엔 좀 긴 문장을 써보자.</p> <p>'이 동네 처음인데, 뭐 좀 추천할 만한 식당이 있을까요?' 한국서부터 열심히 들고 온 영어회화 책에서 찾아 영어로 몇 마디 던졌다. 난생 처음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니까, 촌스럽게 아직도 어질어질… 비행기 멀미인지 메슥거리기까지 했다. 그래도 뱃속은 꼬르륵거리니 좀 얼큰하고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뭔가가 필요해서 물었다.</p> <p>밖에는 해가 기울어 거뭇한 기운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p> <p>'음, 어떤 취향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네요, 한국 식당 혹은 미국 식당?' 아시안 계열의 여관 직원이 필자의 발음만큼이나 어수룩한 발음으로 대꾸했다.</p> <p>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LA 근교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이 많은 관계로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살고 있으며, 발음 또한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2011년 미국연방 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새로 정착한 이민자들의 인구는 27만7304명이며, 멕시코 4만1775명, 중남미 1만8693명, 중국(대만포함)계 3만7365명, 인도 2만6569명, 필리핀 2만1370명, 한국 1만7111명, 그 외 아시안 5만6699명, 기타 출신국 5만7722명으로 집계되었다.)</p> <p>필자가 처음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던 15년 전과 비교하면 아시안계 인구가 약 30%대에서 57%까지 급속도로 팽창되고 있다. 라틴계(멕시코와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 인구들) 이민자들은 50%대에서 22%로 축소되었다. 이유는 캘리포니아 경기 침체에 따른 고졸 미만의 단순노동직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고, 학사 이상의 전문직의 채용은 꾸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p> <p>LA선, 영어 못한다고 겁먹지 마라 </p> <p>그러니까, '영어 좀 안 된다고 절대로 겁먹지 마시라'.</p> <p>혹시 많이 답답하거든 '한국어 쓰는 사람 있는가?'라고 물어보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코리아타운(K-Town, 한인타운)에서는 어지간해서는 한국계 사람이 주인이니까, 즉, 거의 모든 업소의 주인들이나 매니저가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필자도 한국 말하는 직원을 불러서 자세히 정보를 모아갔다.</p> <p>'미국에 처음이신가 봅니다. 우리 호텔은 LA에서도 코리아타운 중심에 위치한 곳으로, 유명한 명사들이 자주 찾는 곳입니다. 우리 호텔에도 한식, 일식, 중식은 제공하고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안에서 드시고 혹시 밖에서 드실 거라면, 이 근처에 가까이에 있는 식당만 이용하세요.' 한국말 쓰는 호텔 직원은 내가 미국에 처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능하면 친절하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p> <p>'그렇지 않아도, 호텔식당 메뉴를 좀 살펴봤는데, 좀 가격이 높기도 하고, 미국에 왔는데 그래도 다양한 체험도 하고, 밖에도 둘러볼 겸 해서 나갔다 올까 합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미국은 밤 8시 이후에는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하던데요, 불빛도 없고 문 여는 상가들도 없나요?'</p> <p>로비에 있던 다른 한 사람도 보아하니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았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같은 RPG에서 파티 멤버(일행)가 된 것처럼 한국어를 잘하는 NPC(호텔 직원)의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p> <p>미국의 밤거리 이동할 때, '5보 이상 탑승?'

'가능하면, 깜깜해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미국은 밤에 위험하니까, 5보 이상은 차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얼마 전에도,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깜깜한 밤에 걸어서 몇 블록을 이동하다가 변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돌아오셔야 합니다.' 다소 비장한 어조였다. 이건 어디서 많이 듣던 스토리였다. 평화롭던 마을이었는데, '악의 봉인'이 풀리면서, 밤에는 돌아다니면 위험하니 조심해야 된다던....</p> <p>일본식 RPG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아닌가? 한국에서 가끔 뉴스를 통해서 듣던 것들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미국의 밤은 정말 안전지대가 아니란 말인가? 5보 이상은 탑승해야 한다니,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대체 어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p> <p>미국 오기 전에 열심히 읽은 '미국여행 가이드 책자'들에도 미국의 밤에는 각별한 조심을 당부했다. 이 호텔 직원뿐만 아니라 미국서 만남 사람들 모두에게 들은 이야기 중에, 미국은 총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미국의 총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다.)</p> <p>미국의 밤거리가 FPS게임 '언리얼 토너먼트'에서와 같은 총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초보 미국여행자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슴을 졸이며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엔, 우리와 같은 아시안계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유럽계, 히스패닉계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호텔 직원의 말이 자꾸 신경이 쓰여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독도 심했고, 시차 때문인지 초저녁부터 졸음이 몰려왔다. 필자는 코리아타운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플레이하는 꿈을 꾸면서 그렇게 미국에서의 첫날밤이 깊어갔다.
< LA 코리아타운 탐험도 >

코리아타운, 할리우드와 베버리힐스 접경에 위치 </p> <p>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 살수록 '아, 이래서 이민자의 나라라고 하는 구나'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LA 근교에는 인종이나 국가별 타운을 구획하는 간판을 간간이 만날 수 있다. 즉, 코리아타운, 차이나 타운, 타이타운, 리틀도쿄, 리틀사이공 등이 그것이다.

코리아타운은 K-Town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동쪽으로는 LA다운타운, 서쪽으로는 미국 최고의 부자동네인 베버리힐스(Beverly Hills), 북서쪽에는 '영화의 메카' 할리우드(Hollywood)에 인접한 교통의 요지에 자리잡고 있다. 경계가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960년대 후반에 건너온 이민 2세대를 주축으로 하여 형성되기 시작해서 현재도 확장되고 있는 분위기다.

LA 도심(Downtown)에서부터 뻗어나온 윌셔길(Wilshire Blvd)과 올림픽길(Olympic Blvd)을 중심으로 한인 상권의 핵을 이룬다. 북으로는 베버리길(Beverly Blvd)에서 남으로는 피코길(Pico Blvd)까지 그리고 서쪽으로는 웨스턴길(Western Ave)을 지나 윌턴길(Wilton Pl)까지 확장되었다. 동으로는 버몬길(Vermont Ave)을 넘어 후버길(Hoover St)까지를 통상 코리아타운의 경계로 보는 편이다(얼마 전까지 동서의 경계를 웨스턴길~버몬길까지였다).

특히, 위의 탐험도에 보이는 것처럼 윌셔길에는 대형 고층건물들이 즐비하다. 이 건물 내부에는 상당히 많은 한국계 기업들이 입주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다. 손바꿈이 더러 있긴 하지만, 이 윌셔길에 있는 상당수의 고층건물들의 주인이 한국계라고 하니 대단함과 뿌듯함을 느낀다.
윌셔길을 벗어나면, 그렇게 큰 높은 빌딩들은 없지만, K-Town의 이곳저곳에는 큼직한 한국간판들이 즐비하다. 한국의 그것들에 비해서는 화려함이나 세련됨은 좀 부족하지만, 대체 어떻게 미국의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인 LA에서 이렇게 많은 한글 간판을 볼 수 있단 말인가? 각종 한국 간판의 식당을 필두로 노래방, PC방, 은행, 호텔, 약국, 병원, 마트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거의 모든 편의시설들의 간판들이 빼곡하다.</p> <p>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이곳 코리아타운의 윌셔길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7080세대 '세시봉' 가수 이장희씨가 설립했다는 '라디오코리아'를 통해서 미국 생활정보와 구인구직 정보들을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다.</p> <p>얼마 전까지만 해도 라디오코리아가 독보적인 언론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CGV영화관이 개관했고, MBC, KBS, SBS, YTN, MBN 방송국 등 한국의 주요 방송사들의 방송물들을 한국과 똑같이 실시간으로 시청이 가능하다. 또한, 한국일보, 중앙일보까지 가세하여 현지의 한국계 미국인들의 눈과 귀가 되고 있다.</p> <p>뿐만 아니라, BBCN은행을 필두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의 한국에 있는 은행의 미국 지점 격인 은행들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들도 앞을 다투어 속속 LA로 들어오고 있다.</p> <p>파리바게트, 뚜레주르, 탐앤탐스, 까페베네, 스쿨푸드, 러브레터 등등. 그렇다고 모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소위 대박을 친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미국 현지인들의 기호와 스타일과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충분한 사전조사 부족으로 인한 현지화에 실패하여 사업을 철수하는 경우도 상당수다.</p> <p>미국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다른 일행들에게 전날 밤 호텔 직원에게서 들은 '5보 이상 탑승'얘기를 들려주었더니, 빙그레 웃음 짓는다.</p> <p>일행 중에는 미국에 자주 출장을 다닌 사람들이 있었는데, '너무 염려 안 하셔도 되요. 호텔 직원이 미국에 처음이라니까 좀 과장되게 표현한 것 같네요. 코리아타운의 업소들은 밤 늦게 까지도 손님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밤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것 아시죠?' 라면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2013년 현재 코리아타운에는 24시간 문 여는 식당과 가게들이 제법 있다. 금요일 밤이면, 이곳 미국의 LA코리아타운도 한국의 그것만큼이나 불타는 금요일 되어간다. 한국계뿐만아니라, 미국 주류 현지인들도 한국 식당과 카페에 북적인다. 한국 문화를 미국 주류 및 타인종들에게 제대로 알릴 명소로 코리아타운이 제격이다. )

1996년 봄, E3 전시회가 열리는 LA의 심장부인 다운타운에 있는 LA컨벤션센터로 향했다. 가로에 즐비한 야자수와 갖가지 피부색을 한 외국인들을 보면서 비로소 내가 미국의 한복판에 들어왔음을 실감했다. 그렇게 E3 전시회를 처음 관람할 때만 해도, 2005년에 필자가 '지스타 국제게임전시회'를 처음으로 세팅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계속)

미국 쉐퍼드 대학 게임전공 교수 game3651@gmail.com


김정태 교수 프로필</p> <p>1995~1999 삼성전자㈜ 게임 프로듀서 (게임/멀티미디어 타이틀 300여편 기획/개발/마케팅)
1999~2002 ㈜ 디지틀조선일보 비즈니스팀장/사업부장(게임조선 웹진 창간, 월간 게임조선 창간)
2002~2005 청강대, 한국산업기술대,상명대,서울디지털대 게임전공 겸임교수 역임
2005~2006 지스타 국제게임전시회 총괄부장 (문화부 장관상 수상)
2007~2008 하이원리조트 문화콘텐츠 TF팀장(Director)
2008~ 현재 미국 Game In USA, Inc 대표 (게임퍼블리싱/마케팅)
2012~ 현재 미국 쉐퍼드 대학교(Shepherd University) 게임전공교수( Game Art & Desig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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