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회사를 떠나며 사내 게시판에 남긴 직언은 이내 퍼지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07년 12월 주식시장 활황기에 H증권에 입사했다고 밝힌 권 모 대리는 30일 오전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이라며 "우리가 부양해야 하는 부모(임원)는 자꾸 많아지고 자식(직원)들은 더욱 힘들어져 가출을 결심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회사는 260명의 자식들을 떠나보내며 위로의 말 한마디 없었고, 260명의 자식이 나갔지만 임원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회사가 어려워 직원 수는 줄어드는데 임원 수는 늘어만 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H증권사는 지난해 모 증권사와 합병을 마무리 짓고, 같은해 10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당시 2000명에 달하는 직원 중 200여명이 희망 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권 대리는 "급여삭감에 대한 압박 또한 계속됐고, 자산영업을 강조하더니 결국에는 모든 것을 수익으로 평가했다"며 "무기 없이 전장으로 떠밀린 병사들은 많은 장수를 살려야 했고, 자식들이 힘들어함에도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저와 같은 대리급은 평균 한달 월급의 2.5배는 회사에 벌어다 주지만 연봉 2억, 10억원을 받는 임원들은 어느 정도의 생산성을 갖고 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대형 증권사를 벤치마킹하는 계속되는 실험과 실험 실패에 대한 피드백은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창의성은 사라지고 획일화 돼 가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권 대리는 "이 글이 단순 불평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몇몇 직원의 심정이라고 여겨달라"며 "직원 모두가 가족 또는 친구들에게 이 증권사와의 거래를 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한 직원이 회사를 떠나며 개인적으로 서운함을 표현한 것 같다"며 "확대 해석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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