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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예고없이 닥치지만 행운은 준비된 자,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무려 반세기 동안 사출성형기 전문기업 한길을 걸어온 (주)동신유압(대표 김병구 www.dongshin.net)은 이 같은 말을 실증한 강소기업이다.
1967년 설립 이래 오로지 사출성형기 분야에만 전념하며 한국 사출성형기 분야의 중추 역할을 했던 동신유압은 1993년 수출 1000만달러를 달성하는 등 성공가도를 걸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저가 중국산 사출성형기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고, 2008년 말에는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으며 이듬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이때 동신유압은 희망퇴직으로 1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고 제2공장도 매각했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 회사는 ‘양질의 제품만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개발과 품질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내부 쇄신과 혁신적 활동으로 제품의 질을 개선했다. 당시 동종업계 제품보다 15%가량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다시 동신유압의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품질과 기업에 대한 재조명을 받으며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제품의 질에 감탄한 고객사 직원이 감사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고.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셈이다.
암흑 같던 시련의 시간이 흐른 뒤 2011년부터 동신유압의 사무실·공장에는 너나할 것 없이 생기 넘치는 활력이 돌아왔다. 또한 그동안 동신유압을 이끌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설립자 김지 회장은 김병구 전무를 사령탑에 선임, 젊은 힘으로 다시 동신유압을 이끌어 줄 것을 당부하며 2선으로 물러났다.
김병구 대표는 “기술을 전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던 방식에서 모든 기술 노하우를 문서화해 기술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불필요한 중복요인을 없애는 등 과감한 개혁을 통해 리스크를 줄였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한 R&D와 투자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고 털어놨다. 전사적 행동이 뒷받침됐다는 설명이다.
바로 이 결정체의 하나가 ‘무밸브 유압식 사출성형기’. 생산능력 확충과 사출성형기의 신개념 제품이다. 사출성형기 내에 부착된 관 통로 속을 흐르는 유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인 유압밸브 대신 양방향펌프를 적용한 전기유압액추에이터를 장착시켜 실린더 및 장치를 가동시키는 ‘무밸브 유압식 사출성형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사출성형기 시장판도 흔들어
사출성형기는 플라스틱 등 원료를 넣어 금형 안에 넣으면 제품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설비.제품을 만들기 위한 필수부가결한 품목이다.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사출성형기의 각 장치에 힘을 전달해주고 전달받는 실린더 작동 시스템에 ‘양방향 펌프 형태의 유압제어 장치(하이드로 스태틱 엑추에이터)’를 부착, 기계가 가동하지 않을 때는 전기모터와 유압펌프를 정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한쪽 방향으로 기계가 작동하면 다른 쪽은 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사용전력량을 50% 절감했다. 기존에 사용 중인 유압밸브를 이용한 단방향 펌프 시스템의 제품이 24시간 동안 전기모터와 유압밸브를 가동해야 하는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특히 수입에 의존하는 유압밸브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제품원가를 3~5% 정도 절감한 데다 사용되는 작동유의 양도 70% 줄여 비용절감효과를 높인 친환경 제품이다. 사출성형기의 구성부문인 원료 주입부문과 금형에 원료를 넣어 제품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성형부문, 성형 완성 후 제품을 떼어내 완성품을 만드는 각 작동기계부문에 첨단 위치제어기를 설치, 작동위치의 편차를 기존 5㎜에서 1㎜ 이하로 줄여 고 정밀성을 갖췄다.
(주)동신유압의 사출성형기는 K·E·DSCR·DSVR·WD·MC 등 10여개 시리즈로 나뉜다. 시리즈는 부품의 형상, 사출성형기에 접목된 기술, 형상을 만들 때 가해지는 압력 등에 따라 나뉘며 고객사의 다양한 수요에 최적화됐다. 일례로 K시리즈는 ‘Killing’의 뜻으로 기술력이 집적화된 성장잠재력이 큰 제품군을 말하며, E시리즈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뜻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를 따 연료절감률과 효율성이 높은 제품군을 말한다.
특히 동신유압의 하이브리드형 사출성형기는 지난해 한국기계연구원 신뢰성 평가센터의 평가에서 55~75%의 높은 연료 절감률을 보였다. 소음도 거의 없고 구동을 위해 들어가는 기름의 수명도 2배 이상 늘렸다.
웅동배후단지, 제2공장 완공 후 세계시장 공략
국책사업으로 ‘다연사 사출기’도 개발 중인 동신유압은 기존 1개 라인의 사출라인을 6개까지 늘려 자동차 범퍼 하나를 생산하는 데 들였던 기존 시간을 70초에서 27초로 줄였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 현대,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사에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분야에 적용되는 사출성형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러시아, 미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지에 본격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적인 개혁을 단행해 성공적인 궤도에 오른 동신유압은 올해 하반기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부산 학장동에 이어 부산신항 웅동배후단지에 기술집약체인 제2공장을 건립 중이며 올 하반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지면적은 6만6000㎡ 규모다.
지난 3년간 지역대학과 특성화고 출신 60여명을 채용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기울인 동신유압은 최근 한국해양대 산학연 ETRS센터에서 1억2000만원 상당의 교육용 실습장비인 ‘전자동 사출성형기 기증식’을 갖고 관련분야 우수인재 양성과 산학협력에 도움이 되길 기원했다. 자리에 참석한 김병구 대표는 “한국해양대와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재직 근로자 훈련 사업을 실시해 오면서 관련 분야 연구·개발 및 교육에 필요한 장비 협조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재학생 및 재직자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과 차세대 장비개발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3월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고무산업 전시회’(12~16일)에 참가해 완벽한 Closed-Loop 제어를 통해 정밀 성형을 이룩한 최첨단 초정밀 사출성형기 ‘PRO MC 시리즈’를 비롯해 ‘MUCELL 시리즈’ ‘T SERIES(2in1)’ ‘PROCON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동신유압은 2011년 매출 5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매출 20% 향상에 이어 올해 목표를 1000억원으로 잡았다. 김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 신제품을 출품, 대한민국 사출성형기의 선도기업임을 입증할 것”이라면서 “부산신항 웅동배후단지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판매는 물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미국,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동신유압 김병구 대표 인터뷰…"2% 부족한 한국제품…품질 높여야 승산"
“2014년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오픈되면 사출성형기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말은 옛말이지요. 중국의 사출성형기 제조업체들과 유럽 업체들의 인수·합병이 급속히 이뤄지고 기술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김병구 대표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의 위협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동신유압의 올해 경영방향은 계획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것. 현재까지 비수기 없이 1월부터 꾸준한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철저한 준비를 거듭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김병구 대표는 사업방침인 ‘최소·최적화·기초에 충실함’을 3대 과제로 삼고 품질의 최적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영방향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품질을 높여야만 다가오는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똘똘 뭉쳐 일하자고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품질경영을 통해 내실을 더 다진 뒤, 세계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할 것입니다. 부산 신항만 배후물류부지에 제2공장이 올 하반기부터 가동되면 생산량을 늘려 매출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내년부터 직원들에게 회사 수익의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돌려줄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동신유압의 직원들은 150여명 정도”라면서 “강소기업으로 키워 나가고 싶고 직원들이 편안하게 정년을 마무리하면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노력만큼 대우해주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회사의 설립자이신 김지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경영 일선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전적으로 믿음을 주신 덕에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차세대 기업인클럽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김 대표는 “클럽 회원들의 임무는 창업정신의 계승으로 명품 CEO로서 자질을 계발하고 기업의 발전을 통해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며 “클럽을 통해 경영노하우와 긍정적인 기업 마인드를 키워갈 수 있는 모범적인 클럽을 만드는 것이 회장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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