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로 올해 19%감소 전망 '긴장'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상품수지가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서비스수지도 14년 만에 흑자로 전환,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8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져 정부는 긴장하고 있다. 원화강세, 엔화약세가 수개월 지속되면 수출경쟁력 약화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서비스 사상 최대 흑자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432억5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426억달러를 웃돌았다.
수출이 최대 흑자를 이끌었다. 상품수지는 384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년보다 68억달러 증가했다. 경기 부진에도 석유제품, 승용차 등의 수출이 소폭이나마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은 5527억2000만달러로 0.2% 증가했다. 상품수지 산정은 제품을 해외에 인도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세관을 빠져나간 것을 기준으로 하는 관세청 집계와 다르다. 반면 수입은 5142억2000만달러로 1.1% 감소했다. 수입 감소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폭이 증가하는 ‘불황형 흑자’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비스수지도 26억8000만달러로 1998년 이후 처음 흑자를 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해외 건설 수주를 많이해 건설서비스수지(167억5000만달러)와 운송수지(105억5000만러) 흑자도 사상 최대치였다”고 설명했다.
여행수지는 58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폭은 2009년 이후 가장 작았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급여나 배당소득 등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도 48억9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반면 송금 등 이전소득수지는 27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였지만 지난해 12월만 보면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22억5000만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 지난해 4월(17억3000만달러) 이후 최저였다. 2011년 12월(27억9000만달러)과 비교해도 19.1%나 줄었다.
○올해는 300억달러 밑돌 수도
이달 출발도 안 좋다.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는 15억달러 적자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월말 수출이 몰려 흑자로 전환될 수 있으나 이달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0억달러를 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월평균 무역수지 흑자(23억8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원·엔환율 하락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어 여행수지 적자폭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로 여행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원화강세 효과는 빠르면 6개월, 늦으면 1년반 정도 후에 상품수지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애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엔저 효과로 올해 수출기업 채산성이 나빠지면서 대외건전성 핵심지표인 경상수지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들도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지난해보다 19.1% 감소한 35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LG경제연구원은 각각 304억달러, 2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수지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고, 원화 강세로 인해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축소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서정환/이심기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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