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신체접촉 없는 음란행위 "강제추행죄 성립"

입력 2013-01-30 17:06   수정 2013-02-02 17:59

"女兒 앞 자위 유죄"…원심 파기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어도 밀폐된 공간에서 피해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위력에 의한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1세 된 초등학생과 단 둘이 엘리베이터에 탄 채 자위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채모씨(29)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심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유형력(유형적인 힘)을 행사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씨는 2010년 9월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9세 여자아이를 상대로 자위행위를 했다. 이어 1시간쯤 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는 11세 김모양을 뒤따라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다. 채씨는 엘리베이터가 2층을 통과할 무렵 김양을 마주 바라보며 반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 손으로 아래 위 좌우로 움직였다가 김양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채씨가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6년을 명했다.

2심은 직접 신체접촉이 없었고 10층에서 먼저 내리는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점, 재범 위험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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