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인사 실험' 성공할까…"공무원 2천명 '전문관' 양성

입력 2013-01-30 17:11   수정 2013-01-31 00:43

서울시 인재양성 기본계획
전문성 높아질지 주목…"복지부동 초래" 지적도



서울시가 공무원 2000명 ‘전문관’ 양성, 7·9급 민간 경력자 채용 확대 등을 담은 ‘인재양성기본계획’을 30일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시정을 맡은 뒤 처음 내놓은 시 공무원 양성 계획이다. 공무원의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일선 지방행정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이번 인사 실험이 일선 공무원 사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0년까지 전문관 2000명 양성

시는 우선 전문지식이 필요하고 업무이력 관리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800개 직위를 선정, ‘전문직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2020년까지 한 부서에 장기 근무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전문관’ 2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전문관 중 1200명은 기존에 전문가 역할을 담당한 전문계약직, 연구직, 별정직 등이 우선적으로 양성된다. 전문직위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된다.

전문직위에 배치될 인력은 5급 이하 일반직 가운데 공모로 뽑거나 경력채용자 중에서 선발된다. 이렇게 선발된 공무원은 3년간 다른 부서로 전보가 제한된다. 시는 전문 직위 수당지급, 국내외 장기교육 우선 선발, 성과급 지급 우대, 승진 혜택 등으로 장기 근무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7·9급 일반직 공개경쟁채용 때 전체 충원인원의 10% 안팎을 민간 경력자로 채용키로 했다. 이들도 일반직이 수행하는 업무 중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 분야를 장기간 담당한다. 시는 시행 첫해인 올해 25명을 민간경력자로 채용할 예정이다.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인 잦은 보직 변경도 제한된다. 시는 정기 전보인사를 연 2회에서 1회로 축소하고, 현행 전보제한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 이외에도 △전문성을 갖춘 실무사무관제 도입 △공무원 교육예산 확대 △퇴직공무원 노하우 사회 환원 등의 내용이 이번에 발표된 계획안에 담겼다.

○취지 좋지만 시행엔 의구심도

시가 이번에 내놓은 계획은 시 공무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5급 이하 공무원의 전문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에서도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책은 여러 번 나왔지만 대부분 일부 고위 공무원들이 주 대상이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에) 가장 우수한 인력이 들어왔다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전문성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의 이 같은 인사실험이 실현되기까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부서에 장기간 근무하게 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승진에 목을 매는 일선 공무원들의 해묵은 관행을 쉽게 떨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에다 한자리에 묶이면서 자칫 현장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 인사정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오랫동안 한 부서에만 근무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른 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다양한 분야의 서울시정에서 자칫 한우물만 팠다가 시야가 좁아질 수 있고 자기계발에 오히려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계획을 수립한 ‘서울시 인재육성 태스크포스(TF)’의 안승준 위원장(한양대 교수)은 “복지부동을 비롯해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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