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판기업, 쫓기거나…잡히거나…환율공습·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 시총 타격

입력 2013-01-30 17:20   수정 2013-01-31 01:03

글로벌 라이벌의 습격

환율공습·글로벌 증시 디커플링에 시총 타격…도요타 위협하던 현대·기아차 5위로 '미끄럼'
나홀로 성장 멈춘 포스코는 추월당할 위기




현대·기아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LG화학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최근 4~5개월 사이에 글로벌 경쟁사들에 속속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했다. 미국 유럽 일본 증시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엔화 약세 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한국 증시는 원화 강세 등의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된 탓이다.

○시총, 뒤집히거나 잡히거나

30일 한국경제신문과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화학 조선 업종에서 한국 대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주요 경쟁사들에 잇달아 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1일 기준 시총 732억4779만달러로 세계 자동차 업계 3위였던 현대·기아차는 지난 29일 시총 612억6032만달러로 16.37% 줄어들면서 5위로 내려앉았다. 한때 시총에서 도요타와 폭스바겐 양강 구도를 위협했던 현대·기아차지만 일본 경쟁사인 혼다에 꾸준히 추격당한 끝에 올 들어 순위가 뒤바뀌었다. 지난해 9월 초만 해도 현대·기아차와 혼다의 시총 격차는 160만달러까지 벌어졌다.

철강 분야 대표 주자 포스코는 주요 글로벌 경쟁사들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홀로 성장이 멈춘 모양새다. 포스코 시총은 지난해 9월 이후 0.79% 증가에 그쳤다. 그동안 신일본제철은 시총이 89.42% 급증, 포스코를 추월하기 일보 직전이다. 지난해 9월1일 포스코 시총은 283억8709만달러로 신일본제철(131억2378만달러)의 두 배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286억달러 대 248억달러 수준까지 좁혀졌다. 미국 US스틸과 중국 바오산강철은 같은 기간 각각 몸집을 21.95%, 14.56% 불렸다.

화학업계 대표주 LG화학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시총이 5.45% 느는 데 그치며 같은 기간 시총이 급증한 바스프(31.95%) 다우(17.54%) 바이엘(28.32%) 시노펙(20.05%) 등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조선 분야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경쟁사인 미쓰비시중공업에 시총을 추월당했다. 작년 9월1일 현대중공업(155억2416만달러)은 미쓰비시중공업(139억5636만달러)에 비해 15억6780만달러나 시총이 많았지만 지금(152억5893만달러)은 26억5194만달러 못 미친다.

유일하게 IT 분야에서만 한국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초 애플의 4분의 1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시총은 이달 애플의 절반 수준까지 쫓아왔다. 이는 애플의 주가 급락 영향이 컸다. 구글과 IBM 등도 미국 증시 활황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삼성전자와 시총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소니 인텔 퀄컴 등은 지난해 12월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추격을 강화하고 있다.

○“증시부진 장기화땐 산업 타격”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시총과 순위 하락을 국내 증시 약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자칫 장기화할 경우 2차 타격을 우려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총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평가가 하향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최근 상황은 원화 강세에 따른 한국 증시 침체라는 일시적 현상 때문이라고 보지만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미래 기대이익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기업 가치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추세적으로 한국 기업의 시총 하락이 지속된다면 기업환경 악화로 선진국 기업과의 연구·개발(R&D)비 재원 격차가 커지고 장기 기업 경쟁력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욱/안재광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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