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한땀 가죽쟁이 36년…"우리 악어핸드백이 해외명품보다 낫대요"

입력 2013-01-31 15:30   수정 2013-02-01 14:32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 정윤호 <휘권양행 사장>

77년부터 가죽가공 인생 시작…타조 이어 최고급 악어가죽 도전
일개미 뜻 '호미가' 브랜드 내놔…신세계 롯데百 등서 명품 대접
개당 최고 1200만원에 팔려나가 "명품 본고장 유럽 공략 나설




핸드백은 여성의 필수아이템이다. 주된 소재는 천이나 가죽이다. 이중 악어가죽은 최고 소재중 하나로 꼽힌다. 값이 비싼 것은 물론이다. 서울 가산동에 있는 휘권양행은 악어핸드백으로 수입명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어떻게 이 회사는 이 분야에서 자리잡게된 것일까.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옆 스타밸리 10층에 있는 휘권양행. 이곳에 들어서면 벽에 책장처럼 생긴 칸막이들이 있고 악어가죽이 쌓여 있다. 호주 등지에서 사육된 뒤 엄격한 허가절차를 거쳐 수입된 것들이다. 개개의 가죽에는 태그가 붙어 있고 일련번호도 적혀 있다. 장당 120만~2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원자재다. 정윤호 휘권양행 사장(52)은 “금처럼 귀한 재료들”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작업자들이 정성껏 가죽을 자르고 한 땀 한 땀 꿰맨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악어핸드백이 ‘호미가(Hormiga)’다. 이 제품은 신세계·현대·롯데백화점 등에서 팔린다. 개당 가격은 580만~1200만원에 이른다. 보통 명품업체라고 하면 유럽의 유명 브랜드업체를 떠올리지만 이 회사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이런 대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36년 동안 가죽 가공 외길을 걸어온 정 사장의 장인정신이다. 1994년 서울 방배시장 부근 4평 남짓한 2층 사무실. 이곳에 간판 하나가 걸렸다. 이 회사가 바로 휘권양행이다. 정 사장(당시 33세)과 직원 1명의 영세기업이다. 정 사장은 감회가 새로웠다. 16세 때인 1977년 큰아버지의 구둣방에 들어가 가죽을 만지기 시작했고 25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특수가죽을 다룬 뒤 귀국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가죽 핸드백을 만들어 일본으로 전량 수출했다. 일본에는 지인들이 많았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제조해 주문자상표를 붙여 내보냈다. 외환위기 때 원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돈도 제법 벌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자기브랜드를 생각했다. 그는 “주문자상표를 붙여 수출하다 보니 주문량이 줄면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부터 악어가죽 핸드백에 도전했다. 악어가죽은 가죽쟁이들이 다루고 싶어하는 최고의 가죽 중 하나다. 정 사장은 “악어가죽은 무늬의 대칭성이 아름다운 가죽의 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만들면 수천만원에 이르는 수입 핸드백 가격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001년 ‘호미가’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다. 스페인어로 ‘일개미’라는 의미다. 평생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그는 “인생에 연습은 없다”며 “뒤돌아보지 말고 후회 없이 일하자”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악어핸드백은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웠다. 자신의 수십년 가죽 인생을 녹여 승부를 걸었지만 번번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그는 “악어가죽의 특성을 익히는 데 4년 동안 수십억원의 수업료를 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원피 가공을 잘못해 하루에 수십 장 불량을 낸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순식간에 수천만원을 날린 것이다. 정신이 아찔했다. 이런 식으로 4년 동안 원피가공 디자인 재단 등의 노하우를 익힌 뒤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둘째, 가죽 가공 기술 개발이다. 그는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가공기술을 개발했다. 정 사장은 “가죽을 벗겨낸 뒤 옥돌로 문지르면 천연 광택이 살아난다”며 “이런 노하우를 포함해 가공기술을 특허로 출원했다”고 말했다.
셋째, 숙련된 장인들이다. 이 회사에는 수십년간 가죽을 다뤄온 장인들이 많다. 정 사장은 “새로 들어온 일부 젊은 직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20~30년 노하우를 가진 숙련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죽 경력이 50년이 넘은 칠순의 직원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들조차 한 달에 서너 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100여가지 공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모든 과정이 꼼꼼하게 수작업에 의해 이뤄져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악어 핸드백을 만드는 데 개당 2.5마리분의 가죽이 들 정도로 자재 비용이 많이 들어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이 제품에 미치면 밥은 먹고 살 수 있다”며 “젊은이들도 특수가죽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원피가공 가죽의류 모피제품 분야의 강국이었다”며 “이제는 인건비가 비싸 대량 생산방식의 가죽봉제산업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특수가죽 같은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한국의 경우 특수원피 가공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며 “아름다운 디자인과 한땀 한땀 정성들인 제품을 만들면 세계시장에서 진정으로 명품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악어핸드백의 국내 시장은 종전에는 최상위 0.5% 범위 내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상위 5% 수준까지 소비층이 넓어졌고 특히 50대와 60대 부인들이 이를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품질은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보다 우수하지만 가격은 절반 이하여서 경쟁력이 있다”며 “중년 부인층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창업 초기에는 주로 타조가죽 핸드백을 만들어 연간 2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주력 제품이 악어핸드백으로 바뀌었다”며 “작년 매출은 약 150억원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브랜드로 내수시장에서 탄탄히 기반을 다진 뒤 럭셔리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과 명품 본고장인 유럽시장에서 정면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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