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쇼핑+엔터의 결합…'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신세계

입력 2013-01-31 15:35  

Cover Story - 신세계백화점

문화생활 공간으로 진화
부산 센텀시티 면적 35%가…판매 아닌 예술·휴게시설…신규 점포도 비중 확대 계획

공격 투자…'유통 1번지'로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등 4년내 6개 점포 추가 개설…2020년 매출 15조원 목표




탁 트인 하늘과 한겨울에도 푸른 나무, 각양각색 조각상과 설치미술 작품들. 한적한 시골이나 자연 테마파크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9층 ‘S가든’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신세계는 조경시설과 유명 작가의 조각작품,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 등을 S가든에 설치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S가든에서 아래층으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연중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홀이 나온다. 문화홀 출구는 아동복과 소형가구 매장으로 이어진다. 쇼핑과 휴식, 문화생활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의정부점은 신세계백화점이 지향하는 방향을 집약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예술·놀이를 결합한, 새로운 생활양식(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곳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라이프스타일센터’로

업계 종사자들은 백화점을 흔히 ‘꿈을 파는 곳’이라고 한다. 백화점은 옷이나 가구 등 물건을 파는 것을 뛰어넘어 ‘문화적 가치를 통해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신세계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방문객이 오랜 시간 머물며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고, 휴식과 여유를 얻는 ‘라이프스타일센터’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망이 소비생활 곳곳에 침투한 상황에서 백화점이 단지 쇼핑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뜻도 담겨 있다.

기존 신세계에서 이마트가 분사한 2011년 5월, 신세계는 ‘고객의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기업’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백화점이라는 ‘업(業)’의 개념을 소비자들이 와서 물건만 사가는 장소가 아니라 ‘오랜 시간 머물며 즐기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신세계가 최근 개점하거나 새로 꾸민 점포에 옥상정원을 조성하는 등 휴게시설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은 이런 의도에서다. 신세계는 앞으로 신설하는 점포에도 비슷한 개념을 적용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2016년 이후 개장 예정인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와 하남 유니온스퀘어 등을 ‘백화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백화점은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복합쇼핑몰의 일부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뉴욕 메이시백화점(연면적 19만8500㎡)을 제치고 2009년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29만3905㎡)도 전체 면적의 35%가량은 물건 판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화·휴게시설이다.

○2017년 점포 16개 … 유통업 판도 흔든다

신세계는 국내외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를 지속하며 백화점업계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2009년 센텀시티점을 개장해 부산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데 이어 서울 강남점·영등포점을 증축했으며, 2010년 신세계 사상 최초의 충청권 점포인 충청점을 충남 천안에 열었다. 2011년 인천점을 확장했고, 작년에는 의정부점을 개장했다.

신세계는 ‘2020년 매출 15조원’을 목표로 영업망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6년 동대구 복합환승센터가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6개 점포를 추가로 개설, 현재 10개인 점포를 16개로 늘릴 계획이다.

동대구 복합환승센터가 연면적 27만100㎡로 세계 최대 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버금가는 규모로 들어서는데 이어 하남 유니온스퀘어가 문을 열 예정이다. 대전, 인천 청라, 경기도 안성·의왕·고양(삼송) 등에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짓기 위한 투자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내년에는 서울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기존 대형 점포들이 증축 공사에 들어간다. 신세계는 기존점 증축에 이어 대구 하남 등지에 들어설 대형 복합쇼핑몰이 영업을 시작하는 2016년 이후에는 유통업계 판도와 신세계가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대형 점포 외에도 광역 상권과 지역별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통채널을 개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부문의 성장까지 뒷받침된다면 지난해 6조원 수준이던 매출을 2020년 15조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1번점 전략’ 지속

신세계는 신규 점포 개설을 통해 외형 확장에 중점을 두는 한편으로 특유의 ‘지역 1번점 전략’으로 성장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신세계는 그동안 점포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기존 점포를 대형화·고급화·복합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그 결과 점포별 평균 면적은 5만6100㎡로 업계 평균(3만3000㎡)보다 1.7배 크다.

‘지역 1번점 전략’의 위력은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에서 드러난다. 강남점이 지난해 국내 백화점 점포별 매출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본점(5위) 센텀시티점(6위) 인천점(7위) 등 신세계 4개 점포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 경기점은 2011년 13위에서 지난해 11위로 뛰어올라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광주점도 12위를 차지했다.

신세계의 ‘1번점 전략’은 뜻하지 않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신세계는 매출 기준으로 국내 백화점 중 3위다. 하지만 신세계가 1위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다른 대형 백화점업체에 비해 점포 수는 적지만, 개별 상권에서는 경쟁 업체 점포를 매출과 인지도에서 압도하며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내실경영·사회공헌활동 강화

신세계는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불황에 맞서 내실을 다지는 작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동대구 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는 2016년까지는 신규 출점 계획이 없어 경영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는 매년 초에 하던 신년 산행을 올해는 하지 않았다. 점포별로 연례행사로 하던 개점 기념일 행사도 없애기로 했다. 고객과 상품에 관련한 일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취지에서다. 종이 전단을 비롯한 고비용 오프라인 마케팅도 줄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헌혈과 지역 인재 장학금 지원 등 기존 사회공헌 활동에 더해 올해는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승호/최만수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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