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텍 호랑이' 멕시코 "10년내 브라질 추월"

입력 2013-01-31 16:57   수정 2013-02-01 03:24

작년 외국인 유입자금 570억弗…브라질의 5배



“브라질 경제의 부진으로 갈 곳을 잃은 글로벌 투자자금이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경제활력을 잃은 브라질 대신 멕시코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해 1~9월에만 570억달러(약 62조원)에 달하는 돈이 멕시코 주식과 채권시장에 몰렸다. 같은 기간 브라질에 투자된 금액보다 5배 많다. 지난해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지수가 5% 오르는 동안 멕시코 IPC지수는 23% 급등했다. FT는 “그동안 브라질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멕시코가 중남미 경제를 이끌 ‘아즈텍(멕시코 원주민) 호랑이’로 변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라질 추격하는 멕시코

글로벌 투자자금이 멕시코로 몰리는 이유는 그만큼 경제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2078억달러(2012년 현재)로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2조4497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멕시코가 무섭게 따라붙으며 판세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의 경제 성장률은 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1% 안팎)을 훌쩍 뛰어넘는다.

10년 뒤엔 현재 세계 경제 규모 14위인 멕시코가 브라질(7위)을 제치고 세계 10대 경제권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간 멕시코 경제는 연간 3.5~4.5%씩 성장하겠지만 브라질의 경제 성장률은 평균 2%에 그칠 것”이라며 “2022년 안에 멕시코가 중남미 최대 경제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이미 제조업 수출 부문에선 멕시코가 브라질을 넘어섰다”며 “이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개혁 의지 인정받은 덕

멕시코의 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의 개혁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최근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려 원유 탐사 등에 돈을 쏟아부었다. 이 덕에 지난 몇 년간 감소해왔던 멕시코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8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신임 대통령의 행보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니에토 대통령은 자신의 가장 큰 목표를 ‘경제 개혁’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통신업계에 팽배한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외국 자본 유치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제조업 기지의 명성을 되찾은 것도 멕시코의 성장세에 속도를 붙였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인건비가 상승하자 기업들이 중남미에서 비교적 임금이 저렴한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도 운임비를 아끼려는 기업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 대신 ‘헤초 엔(메이드 인) 멕시코’란 말이 익숙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삼바 경제는 주춤

브라질 경제는 주춤한 상태다. 투자분석기관인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EPFR)는 신흥시장 투자액 중 브라질 시장에 들어온 돈의 비중이 2009년 16.7%에서 지난해 말 11.6%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의 비중도 지난해 초 2%에서 연말에 1.2%로 낮아졌다.

높은 세금과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브라질 코스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지난해 정부가 쏟아냈던 부양책들도 효과가 없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고 FT는 전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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