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도 다른 한진중공업 두 노조 이야기

입력 2013-01-31 17:18   수정 2013-01-31 23:32

한진중공업이 또 조업 중단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두 노조 가운데 소수 조합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진중공업지회가 영도 조선소에 문까지 부수고 들어가 이틀째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특히 이 노조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시신이 든 관까지 회사 안으로 들여와 회사 측과 대치하고 있다. 회사 측은 크레인농성 같은 극단적인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일단 오늘까지 작업을 중단키로 했지만 불법점거에 따른 조업 중단이 장기화될지 몰라 애를 태우는 형편이다.

이번 사태는 전체 조합원의 74%가 가입해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는 교섭대표 노조가 회사를 살리겠다며 주위에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시점에서 벌어져 더욱 안타깝다. 교섭대표 노조는 지난 30일 회사가 벌크선 9척을 수주하는 것을 돕겠다며 5개 선사에 탄원서까지 보냈고 투쟁 깃발을 땅 속에 묻었다며 회사 회생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던 상황이다. 회사가 3년째 수주를 못해 일감이 모자라 겨우 일부 해군과 해경 선박을 만들면서 전체 인력의 20%를 돌리고 있는 궁박한 처지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는 절박감이 읽힌다. 교섭대표 노조가 정치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쌍용차 노조와 손잡고 외부세력과 정치권의 개입을 막기 위해 항의 방문과 집회까지 추진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1년에도 309일간의 크레인 농성을 겪었던 한진중공업이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11월 정리해고자 170명 중 94명이 복직됐지만 일감이 없어 해당 직원들은 복직하자마자 유급 휴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한 조합원의 비극도 이런 상황에서 벌어졌다. 그렇지만 금속노조 한진중지회가 시신까지 동원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불법점거 농성을 벌이는 것은 대다수 선량한 직원들에게 아무 도움도 안된다. 경영난에 처한 회사에 필요한 것은 투쟁이 아니라 일감이다. 제2의 크레인 농성이란 말까지 나오면 회생이 가능하겠는가. 소수파 강경 노조는 진지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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