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관 LG관 포스코관 … SKY 대학에 몰렸다

입력 2013-02-01 11:14   수정 2013-02-01 17:03


최상위권 대학에 쏠림현상 "특성화 분야 고려한 지원 아쉽다"

지난달 28일 서강대에 새 건물이 준공돼 문을 열었다. 건물 이름은 '포스코 프란치스코관'.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 전용연구동으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포스코가 건립비용 139억 원을 부담했다. 프란치스코는 서강대를 설립한 가톨릭 예수회의 정체성이 담긴 명칭이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유명 대학 캠퍼스엔 기업 이름을 딴 건물이 잇따라 들어섰다.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대학건물 신축을 적극 지원했기 때문. 대학은 재정부담을 덜고 기업도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SKY 이대 서강대 등 수혜, 삼성 포스코 등이 '큰 손'

서울대 캠퍼스 지도를 보면 기업 이름을 새긴 건물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 교수회관을 비롯해 포스코 스포츠센터, CJ 인터내셔널센터, SK 게스트하우스 등 기업 후원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 서울대 관계자는 "기업명이 들어간 건물을 일일이 확인정리해 놓진 못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만만찮다. 연세 삼성 학술정보관은 총 공사비 450억 원 가운데 300억 원을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생활과학대학 건물인 삼성관은 총 공사비 109억 원 중 약 40억 원을 삼성이 기부했다. 상경대학 건물인 대우관(김우중기념관)은 시공사 대우건설이 실제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떠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캠퍼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도 포스코 그린빌딩이 첫 삽을 떴다. 이 건물은 오피스·모듈러건축·공동주택이 어우러진 친환경 복합건물로 지어지며 태양광, 지열 등 110여개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다. 포스코가 200억 원을 출연했다.

고려대 역시 LG와 포스코가 100억 원씩을 투입해 건립한 경영대학 건물인 LG 포스코관을 포함해 백주년기념 삼성관(삼성그룹), 지하광장 하나스퀘어(하나금융그룹) 등이 들어섰다.

이화여대는 이화 신세계관(경영대학)과 이화 포스코관(사회과학대학), 이화 SK텔레콤관(정보화센터)에 각각 신세계(150억 원) 포스코(100억 원) SKT(103억 원)가 100억 원대 자금을 투입했다. 서강대도 금호아시아나 지원으로 서강 금호아시아나 바오로 경영관을 지었다.

동문 출신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도움을 준 케이스가 많았다. 연세대 대우관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고려대 하나스퀘어는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큰 역할을 했다. 신세계그룹(이화 신세계관) 이명희 회장과 외동딸 정유경 부사장도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 대학서열 더 고착화… '기업 재단' 성대 중대는 예외

이들 몇몇 대학을 제외한 다른 대학의 사정은 정반대다. 이름이 알려진 서울 소재 대학들도 기업이 투자해 지은 건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이 대학을 대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쏠림 현상'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물론 삼성과 두산이 재단으로 있는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예외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기업명이 들어간 건물을 따로 집계할 이유가 없다" 며 "삼성이 재단으로 들어온 1997년 이후 신축된 건물은 모두 삼성이 지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관계자도 "법인(두산)에서 지어준 건물은 많지만 별도로 두산의 이름을 넣진 않았다"고 소개했다.

대학들은 기업의 대학에 대한 투자나 기여가 대학 간판이 아닌 특성화 분야에 따라 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상위권 대학들에 몰리면서 대학 서열화를 더욱 고착시킨다는 불만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중상위권 대학 관계자는 "몇몇 명문대를 제외하면 기업이 거액을 들여 건물을 지어주는 사례가 전무하다" 며 "CEO들의 모교나 사회적 리더가 있는 대학들만 수혜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학 서열을 따지지 말고,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진 대학에 그 분야 기업이 지원을 해주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점에서 범 현대가(家)가 500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아산나눔재단의 '정주영 창업캠퍼스' 사업은 긍정적 롤모델로 꼽힌다. 기업이 자금을 투입해 건물을 지어주는 기존 형태와 다르지만, 해당 대학 특성화 분야(청년창업)에 맞춰 지원하는 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1호 정주영 창업캠퍼스는 유명 대학들을 제치고 숭실대에 세워졌다. 일찍부터 벤처중소기업센터와 중소기업대학원을 운영하는 등 숭실대가 창업지원 교육에 앞장선 대학이란 점이 고려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현대는 대학 건물을 지어주진 않는 편이었는데, 이런 맞춤형 지형이 더 의미 있는 뱡항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이하나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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