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고개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기에는 느낌표를, 애플과 LG전자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LG이노텍에는 물음표를 던졌다.
지난 4분기 삼성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만큼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까지 모두 전분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전날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741억원과 144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0%와 21.2% 줄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4.7%와 49.2% 늘었지만 고객사의 스마트폰 판매 호조세를 감안하면 예상치보다 못 하다는 평가다. 당기순이익 역시 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모두 30% 이상 감소했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삼성전기의 4분기 실적은 계절적 비수기를 고려하면 양호하지만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라며 "TV 사업부의 부진으로 일부 제품의 수익성이 하락했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재고 조정으로 카메라 모듈 제품이 부진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LG이노텍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 외로 양호하다는 평가에 시장에서는 LG이노텍의 실적도 내심 기대했으나 LED 사업부가 적자폭을 늘리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만족해야 했다.
백종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3억원은 당사 예상치인 216억원을 크게 밑돌았다"며 "발광다이오드(LED) 수요 감소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터치와 카메라 모듈 수율이 일시적으로 저조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든 두 회사지만 고객사들의 향후 행보를 고려하면 1분기 이후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삼성전기는 올해도 견조한 수준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1분기 이후 올 최대 모멘텀으로 평가 받는 스마트폰 '갤럭시S4' 출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독주(갤럭시S미니, 갤럭시에이스), 퀄컴 등으로 다변화된 거래선 등이 빠른 실적 개선세를 견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은 시장 수요만 계산해도 최소 20% 이상"이라며 "지난해 40%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도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고 여기에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이어 "일부에서 지적되고 있는 삼성전자로의 편중된 거래선도 삼성전자 60%, 비(非)삼성전자 40% 수준이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며 "여기에 갤럭시S4라는 모멘텀이 강력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여 부품사 특성상 출시를 한 달 선행해 주가가 꿈틀 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LG이노텍은 분위기가 다소 무겁다. 단기 모멘텀이 없는데다 체질 개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LG전자의 사업 전망도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1분기 애플의 재고 조정으로 카메라 모듈 수요도 줄어들 전망이어서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지난 분기 LED 부문의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사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1분기의 추가적인 부진 가능성에 있다"며 "흑자 전환했던 지난 분기를 뒤로 하고 다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노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체질 개선을 통해 한 단계 올라서려면 결국 LG전자가 잘 돼야 하는데 TV쪽 업황은 여전히 어렵고 지난 분기 깜짝 선전을 했던 스마트폰 사업부도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에 밀려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애플에 공급하던 카메라 모듈 수요도 재고 조정으로 감소가 불가피해 주가가 단기 조정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25분 현재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실적 부진의 우려를 반영하듯 나란히 0.2% 이상씩 하락하고 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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