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 범죄에 대한 법률 정비도 필요하다

입력 2013-02-01 17:19   수정 2013-02-01 20:42

최태원 SK 회장이 SK텔레콤 등 계열사에서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기업인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가 종전에 비해 엄격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경제발전 기여’ 등의 이유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선고하던 정상참작 관행은 무너졌다. 1심에서 구속한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기업인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엄정한 법치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기업인 범죄에 대한 보다 정밀한 개념정리와 균형된 처벌 잣대가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횡령이나 업무상 배임이 유독 많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순전히 사적 용도로 회삿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통상적인 경영활동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배임으로 걸려드는 사례들도 많다. 업무상 배임이라는 죄목은 유독 한국에만 존재한다. 독일에도 같은 죄목이 있지만, 경영판단의 결과에 대해서는 이를 면책해주는 증권거래법을 따로 운용하고 있어서 실제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업무상 배임이 민사소송의 문제를 일으킬 뿐이어서 형사 처벌하는 한국과는 경우가 다르다. 상속세제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정들은 더욱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 미국 등 대부분 국가가 소유경영자의 경영권을 엄격하게 보장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다. 이 때문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주식 확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대기업 총수들이 의도하지 않게 혹은 필연적으로 회사재산 편취, 다시 말해 횡령의 유혹에 빠져든다.

한국의 법적 환경이 유독 범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 이런 구조는 개선돼야 마땅하다. 물론 기업가들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종전과는 달리 엄격한 준법의식을 갖고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기업인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수준이 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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