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다툼 1년, 판결은 단 8분…"이맹희 씨, 소송 자격 없다"

입력 2013-02-01 17:21   수정 2013-02-02 01:53

'삼성家 상속 소송' 이건희 회장, 완승

삼성 "무리한 소송"…원고 "검토 후 항소"



고 이병철 회장의 4조원대 차명 유산을 둘러싼 삼성가 상속 분쟁 1심이 8분 만에 이건희 삼성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재판부는 ‘제척기간’(상속 유산에 대해 법률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나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 “원고 소송 자격 없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차명 주식이 상속 재산이었는지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대해 법원은 이 회장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이 회장의 삼성생명 17만7732주,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21만5054주에 대한 원고 측 청구를 각하했다. 또 이 회장의 삼성생명 1334만476주와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1353만6955주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상속 재산으로 인정되는 삼성생명 50만주 중 원고들의 상속분 합계인 17만7732주에 대한 인도 청구는 10년의 제척기간이 경과해 각하한다”며 “나머지 주식과 이익배당금은 상속 재산이 아니라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보통주 79만8191주와 우선주 4403주, 이 회장의 이익배당금과 주식 매도대금 3051억여원 등에 대한 청구도 모두 기각했다. 이어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한 청구에 대해서도 상속 재산인 삼성생명 60만5000주 중 일부는 제척기간이 경과했다며 각하했고 나머지는 상속 재산이 아니어서 기각했다고 밝혔다.

○“당연한 판결”VS“검토 후 항소”

판결 직후 양측의 반응은 대조적이었다. 삼성 측은 판결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는 담담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법정에는 김상균 사장 등 삼성 법무실 전원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한 재계 인사는 “25년 전에 상속이 다 끝난 일을 법무법인 화우가 무리하게 소송으로 부추긴 것”이라며 “이런 불행한 일이 재계에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원고 측을 변호한 법무법인 화우는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받고 내용을 검토하는 대로 즉각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년간 삼성 발목 잡은 장애 일단 해소

삼성가의 유산 분쟁이 사실상 정리되면서 삼성그룹은 경영에만 몰두하게 됐으나 원고 측이 항소해 2라운드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소송 과정에서는 원고 측 청구가 받아들여져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원고 측에 넘어갈 경우 삼성그룹의 의결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지난해 2월 이맹희 씨 측은 ‘선친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원고 측에 창업주 차녀 이숙희씨와 차남 고 이창희 씨의 유족도 합류하면서 지난해 8차례의 재판이 열렸다. 원고 측 청구금액은 4조849억원이다.

정소람/김현석 기자 ram@hankyung.com

■ 제척기간

법률이 정한 특정 권리의 존속 기간이다. 제척기간이 만료되면 그 권리는 당연히 소멸한다. 소멸시효와 비슷하지만 기간이 종료했음을 당사자가 주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제척기간은 당연히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기초로 재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조문에 기한을 언급하면서 소멸시효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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