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부간 명의신탁, 사망한 배우자 상속인에도 유효"

입력 2013-02-03 14:07   수정 2013-02-04 08:48

부부간 부동산 명의를 빌려주는 명의신탁 약정은 사망한 배우자의 상속인에게도 승계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서모씨(57)는 1997년 아내와 이혼하고 A씨를 만나 재혼했다. 첫번째 부인과 이혼하면서 갖게 된 아파트는 A씨 명의로 등기했다. 서씨는 횟집 일대가 재개발되자 부지를 매입해 모텔 2동을 지은 뒤 이 역시 A씨 앞으로 등기했다. 그러나 부부 사이가 나빠지자 2008년 서씨는 A씨를 살해했다. 이를 징역 7년을 선고받아 현재 수감 중이다.

A씨 명의로 돼 있던 아파트와 모텔은 A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김모씨(35)에게 상속됐다. 서씨는 A씨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재산상속 자격이 박탈됐다. 그러나 서씨 측은 아파트와 모텔은 A씨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다시 소유권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에게 편의상 명의신탁한 점을 인정하고, 서씨가 약정 해지 의사 표시도 한 만큼 김씨가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가 있다고 봤다. 다만 A씨가 사망한 뒤 김씨가 운영해온 모텔 수입에 관해서는 부당이득액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서씨와 A씨의 약정은 ‘부부간 명의신탁’에 해당해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김씨와의 약정은 부동산실명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명의수탁자인 김씨가 취득한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부간 명의신탁이 일단 유효한 것으로 인정됐다면 그 후 배우자가 사망했더라도 약정은 배우자의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와 피고간 약정이 무효가 됐음을 전제로 각 부동산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은 부부간 명의신탁약정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3일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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