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해를 보며 해를 품는 '해'바라기

입력 2013-02-03 16:48   수정 2013-02-03 21:43

전남 땅끝해뜰마을 맛보기

해돋이·해넘이 모두 볼 수 있어…바지락 체험 등 다양
달마산 내 도솔암 名所…풍등 띄우며 하루 갈무리




전남 해남의 동쪽 해안에 자리 잡은 영전리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마을이다. 땅끝해뜰마을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게 바다를 향해 온몸을 여는 마을의 풍광이 그림 같다. 100여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은 황토에서 자라는 배추와 마늘 등 다양한 농산물과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로 사계절 풍요롭다.

어깨가 움츠러드는 겨울이지만 마을엔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 마을 뒤 밭이랑에는 해풍을 맞으며 자란 월동 배추가 마지막 수확을 기다리고, 양식장에서 막 건져 올린 김을 실어 나르는 차량이 분주히 오간다. 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이 활기찬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낮에는 월동 배추로 담근 김치를 맛보고, 저녁이면 마을 사무소에 모여 풍물을 즐긴다.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강강술래도 한다. 아이들은 마을 앞 갯벌에 나가 바지락을 캐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다에서 건진 김을 체에 떠 김을 만드는 체험은 어른들에게도 특별한 시간이다. 땅끝해뜰마을에서 만든 김은 예부터 명성이 자자해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지만 그 맛은 여전하다.

바닷가에서 체험을 마치면 마을 안으로 가보자. 마당 한가운데 모닥불도 피워보고, 해남의 특산품 호박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마을의 밭과 담장 사이로 문화생태탐방로(땅끝길)와 삼남길이 이어진다. 해남의 걷기 코스인 땅끝천년숲길, 문화생태탐방로, 삼남길, 강강술래길 중 두 길이 땅끝해뜰마을로 이어지는 셈이다. 사구미해변길을 천천히 걸어도 좋다.

땅끝해뜰마을의 자랑은 뜨고 지는 해를 온몸으로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잔잔한 바다 위로 떠오르는 겨울의 태양은 한 해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처럼 느껴진다. 잠에서 깬 철새들도 붉은 바다에서 몸을 씻는다. 땅끝해뜰마을의 병풍, 달마산(481m)에 오르면 멋진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을 뒤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오르면 깎아지른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도솔암에 이른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에는 수직으로 솟은 기암괴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선(禪)을 전하고, 해동의 달마산에 늘 머물러 있었다 하여 달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남쪽 끝자락에 지어진 도솔암은 천년 고찰 미황사와 함께 달마산을 빛내는 연꽃과도 같다. 발을 내딛기도 조마조마한 작은 암자 마당에서 사람들은 어깨를 맞대고 해넘이를 지켜본다. 수평선 가까이 해가 기울면서 바위들은 시시각각 빛을 달리한다. 이곳은 드라마 ‘추노’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넘이를 감상하고 마을로 돌아오면 마음의 해를 하늘로 띄울 차례다. 소원을 적은 풍등을 띄우는 것이다. 풍등 띄우기는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이다. 사람들은 알록달록 풍등을 띄우며 한 해의 소망이 하늘에 닿기를 바란다. 땅끝해뜰마을의 겨울밤이 깊어간다.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창건된 천년 고찰이다. 보물 제947호로 지정된 해남 미황사 대웅전 천장에는 1000개에 달하는 부처를 그렸는데 이곳에서 세 번만 절을 올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현재 내부 수리를 위해 불상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1727년 그려진 미황사괘불탱(보물 1342호)은 1년에 한 번 가울축제 때 대중에게 공개되는데 이때 산사음악회도 같이 열린다.

우수영관광지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울둘목의 지형을 이용해 13척의 배로 왜군의 배 133척을 물리친 명량대첩의 현장이다. 충무공어록비와 명량대첩기념탑, 전시관 등이 있다. 보물 제503호인 인근의 명량대첩비는 충무공의 공을 기리기 위해 조선 숙종 때 세운 것이다.

해남공룡박물관(우항리공룡화석자연사유적지)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탐방지다. 공룡과 익룡, 새의 발자국이 한 지층에서 발견된 세계적으로 유일한 화석지로, 대형 공룡의 정교한 발자국이 남아 있다. 박물관에서는 실물 크기의 공룡과 공룡뼈 화석,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석이 발견된 지층과 대형 공룡의 발자국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야외 전시관, 대형 공룡 모형들로 구성된 테마파크도 있다.

해남=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목포까지 KTX로 이동한 다음 해남까지 버스로 가는 방법과 고속버스로 해남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하루 12회 운행하는 서울~목포 간 KTX는 약 3시간20분 걸린다. 해남행 고속버스는 센트럴터미널에서 하루 7회,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 운행하며 5시간10분가량 걸린다. 승용차로는 영암순천고속도로를 타고 서영암 IC→영암목포 방향 영암로 따라 이동→월산교차로에서 완도해남 방향 우회전→땅끝대로 따라 이동→남창교차로 강진땅끝 방향 우회전→땅끝해안로를 따라 이동하면 영전리 땅끝해뜰마을이 나타난다.

송지면의 땅끝굿스테이모텔(061-535-5001)이 깔끔하다. 해남땅끝호텔(061-530-8000)은 해안로에 있어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북평면의 토말하우스(061-535-5959)와 함박골 큰기와집(061-533-0960)에서도 묵을 수 있다. 땅끝바다횟집(061-534-6422)은 자연산 활어회는 물론 전복회와 전복죽 맛이 일품인 곳. 전라도한정식(061-535-3814)의 게장백반도 별미다. 진일관(061-535-5500)의 한정식도 푸짐하다. 주변의 땅끝전망대나 두륜산 대흥사, 고산윤선도유적지도 꼭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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