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일가족 3명 살해범 잡고보니 둘째아들 '충격'

입력 2013-02-03 16:51   수정 2013-02-04 01:59

수면제 먹여…예행연습도
20일전 부모 죽이려다 실패



부모와 형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인 뒤 연탄 가스로 차례로 살해한 둘째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3일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일가족 3명 사망사건의 범인은 둘째 아들 박모씨(25)로 밝혀졌다.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가스 질식으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둘째 아들이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박씨는 사건 당일 오전 1시께 아파트 작은방에서 부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권해 잠들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연탄불을 방안에서 피워 숨지게 했다. 이어 형(27)과 함께 집 밖에서 술을 마신 뒤 오전 5시께 들어와 안방에서 같은 방법으로 형을 살해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일가족 가운데 둘째 아들 박씨만 의식을 차리고 119에 신고 전화를 한 데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사실을 수상히 여겨 혐의점을 두고 수사해왔다. 부검 결과 살해된 일가족 3명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박씨가 전주시 팔복동 등지에서 화덕과 연탄을 사전에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씨는 20여일 전에도 “부모를 살해하려다 실패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지난달 8일 오전 2시께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는 부모가 귀가, 곧바로 잠이 들자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보일러 연통을 뜯어내 연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연기가 집 안으로 역류해 부모가 질식사한 것처럼 위장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가스 냄새에 부모가 잠을 깨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실패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박씨는 첫 살해기도가 실패하자 집 인근에 원룸을 얻은 뒤 연탄 화덕을 구입, 모의실험까지 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형이 죽은 뒤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형 친구들에게 “행복해라. 잘살아라”라는 내용을 남겨 형이 부모를 살해한 것처럼 꾸미려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부모와 형은 죽고 자신은 하루 만에 의식을 되찾자 31일 오후부터 장례식장에서 태연히 상주 노릇을 하며 문상객도 맞았다.

충남의 한 대학을 다니다 휴학한 박씨는 지난해 1월 군 제대 후 부모의 일을 도와왔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진술을 꺼리고 있으나 재산을 노린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박씨의 부모는 콩나물 공장 외에 2층 단독건물 등을 소유하고 있다.

전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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