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8.3%·닛케이 7.6% 상승
아시아 신흥국엔 자금 몰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따로 움직이고 있다. 주요국 증시가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 조짐과 위험자산 선호현상 확대 등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만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이머징마켓으로는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고 있지만 한국에선 되레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일 1957.79로 마감, 올 들어 3.61%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7.90% 올랐다. 1월 상승폭으로는 1997년 이후 가장 크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8.32%, 홍콩 항셍지수는 4.66%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엔화 약세에 힘입어 7.66% 올랐다. 유럽 증시도 영국 FTSE100지수가 5.31%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FTSE세계지수는 이 기간 6.07% 올랐다. 연초 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유독 한국 증시만 하락한 것이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도 8.69배로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 증시 PER은 미국(13.68배) 일본(12.95배)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10.49배) 대만(14.52배) 태국(12.16배) 인도네시아(14.13배)보다도 낮았다. 김승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PER을 선진국 증시 평균과 비교했을 때 2006년 4월 이후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져 신흥국 증시 등에는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20억7200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선 19억6800달러 규모를 순매수했다. 일본 증시에도 73억95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연구원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뮤추얼펀드 자금은 270억달러로 작년 한 해 유입된 500억달러의 54%에 이른다”며 “유입 강도 면에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머징마켓 내에서도 한국만 외국인에 외면받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최근 ‘셀 코리아’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환율 급락(원화 강세)을 틈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한 달간 외국인 차익 프로그램 매도가 1조2520억원 규모로 외국인 매도세를 이끌었다”며 “환율 급락과 이에 따른 수출주 실적 부진이 대규모 매매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움직임에 따라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금 유입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며 “다만 환율 하락 속도가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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