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협상조건 놓고 노사 대립

입력 2013-02-04 14:34   수정 2013-02-04 14:53

금속노조 측이 고 최강서씨 시신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으로 옮겨 엿새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노조(유가족)와 한진중공업은 협상조건을 놓고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2011년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53)이 지난달 30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의 공장 진입 때 함께 들어가 이번 시신투쟁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설을 앞두고 농성사태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최강서씨 부인 이선화 씨는 4일 오전 10시30분 영도조선소 내 노조사무실 창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씨는 “설 전에 (회사가) 사태해결의 의지를 가지고 협상 일정을 잡는다면 조건없이 시신을 정문 앞 빈소로 이동, 안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측이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손배소 철회 등에 대해 금속노조와의 협상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측은 “먼저 조선소 안에서 농성중인 시위대와 시신이 함께 조선소 밖으로 나온다면 바로 금속노조, 유가족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유족측과 수차례 대화를 하려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회사 수주가 절박한 상황인 만큼 빨리 시신을 밖으로 가져나온 뒤 바로 협상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노사 양측은 대화를 하자고 주장하지만 ‘상호 불신’속에 우선순위를 놓고 지금까지의 입장만 되풀이해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또 ‘강성노조’성향의 김진숙 지도위원이 영도조선소 안 시신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 지도위원의 움직임에 경찰과 한진중공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소에서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김 지도위원은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오자 마자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며, 회사 밖으로 나올 경우 연행할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사 누구든지 먼저 양보하지 않으면 시신 농성사태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금속노조 측은 “회사 밖 농성 때도 교섭을 거부해온 사측이 시신과 조합원들이 조선소 밖으로 나오면 대화를 하겠다는 말에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도 “언제든 유가족과 직접 만나 장례문제와 제반사항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면서 “시신과 시위대가 조선소 밖으로 나오겠다는 금속노조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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