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지분 57%를 가진 대주주 예금보험공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받는 대가로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의 달성여부를 두고 이견이 심각하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MOU를 충족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예보 측은 ‘약속 이행에 실패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신경전은 우리금융이 2001년 첫 MOU를 맺은 이래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MOU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총자산순이익률(ROA) △판매관리비용률 △1인당 조정영업이익 △순고정이하여신 비율 △지주회사 경비율 등 6개 항목의 실적목표치로 구성돼 있다. 올해 문제는 판매관리비용률이 목표치에 미달한 점이다. 우리금융 고위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잇따라 인하되는 등 경영여건이 급변한 때문”이라며 “이 같은 여건변화를 감안해 달성여부를 판단하는 조항이 이미 들어가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조문을 합리적으로 해석해 결론내면 갈등은 끝날 것이다. 하지만 신경전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바로 예보나 우리금융이나 단기 목표 달성에만 연연해 비용 통제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MOU에 미달하면 당장 임직원의 성과급이 깎이는 우리금융은 인건비와 마케팅비를 짜내는 데 치중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실행하기 어렵다. 비슷한 미국 사례를 보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미국은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씨티그룹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은행 3곳에 총 11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세 곳 모두 2년이 안돼 공적자금을 상환했다. ‘정부 은행’이라는 지배구조로는 경쟁력 저하, 관료화 등의 폐해를 피해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 정부도 적극 지원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MOU는 미래지향적이기보다 과거의 책임을 묻는 데 치중하고 있다. 졸업기준이 없는 데서 잘 드러난다. 정부 지분을 팔지 않는 한 MOU는 벗어날 길이 없다. 수차례 실패한 우리금융 민영화에 다시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관의 ‘도덕적 해이’ 방지는 당연한 임무다. 그렇다고 도덕적 해이 방지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 ‘경쟁력 강화’라는 미래지향적인 목표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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