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퍼스에 또 꼬리내린 애플

입력 2013-02-04 17:14   수정 2013-02-05 04:43

주총서 사측이 원하는 이사 선출위해 도움요청

< 연기금 : 美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 >



애플이 세계 최대 공공연금펀드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CALPERS)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오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열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이사 선임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애플이 한때 이사 선임 절차를 둘러싼 이견으로 앙숙으로 지냈던 캘퍼스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자산 2470억달러에 달하는 연기금의 입김이 세진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캘퍼스는 애플 지분을 0.25%(11억달러)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 그 힘은 막강하다.

기업들이 캘퍼스에 부도덕한 기업, 주주 이익을 소홀히 다룬 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캘퍼스는 1987년부터 집중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기업 명단인 ‘포커스 리스트’를 발표해왔다. 82쪽에 달하는 자세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갖고 있고 300여개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용을 사전에 공시한다.

애플은 캘퍼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정기주총부터 이사 선임 절차를 과반수 투표제로 바꾸기도 했다. 이전까지 애플 주주들은 이사 선임 과정에서 기권은 가능해도 직접적인 반대표를 행사할 수 없었다. 기권표가 아무리 많아도, 단 한 표의 찬성표만 획득하면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구조다. 애플은 이처럼 폐쇄적인 이사선임 절차를 바꿔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묵살해오다 지난해 캘퍼스의 강한 요구로 이사직 과반수 투표제를 시행했다.

캘퍼스의 압력이 거세지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부터 기업 투명성 개선에도 힘썼다. 나라별로 매출의 상세 내역을 주주들에게 공개하고, 회계 정보의 공개 수준도 높였다.

캘퍼스는 이번주부터 애플의 200대 주주를 만나 사회책임 기업 문화 확산을 위해 이사 선출 투표에 참여하라고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사직을 선출할 때 주주들의 다수결 방식을 강제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S&P500 상장 회사 중 80%가, 러셀1000지수 기업의 절반이 이사직 다수결 선출 제도를 자율적으로 택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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