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총리 등 검증 지연
새 정부 정상출범 '물 건너가' 전망도
‘안 하는 것이냐, 못하는 것이냐.’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이후 6일째 감감 무소식인 차기 내각 및 청와대 주요 인선을 놓고 설(說)과 추측이 무성하다. 김 후보자의 낙마로 비서실장부터 먼저 지명해 차기 내각의 인사 검증을 제대로 진행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은 정해졌지만, 정작 비서실장 인선 역시 오리무중이다. 당초 지난 1일 발표설이 나돌았던 비서실장 인선은 주말은 물론 3일에도 건너뛰더니 4일 역시 그냥 넘어갔다.
박 당선인은 이날도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며 인선 작업에 몰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도 열지 않았다. 분과별 토론회가 생략된 것도 벌써 나흘째다. 인선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선 측근들조차 딱 부러지게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인선에 고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선 후보자 상당수가 고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이날 “(발표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서실장 인선과 관련, 박 당선인의 최종 결심을 앞두고 뭔가 사정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 문제로 긴급히 안보 현안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 안보실장 인선까지 같이 맞물려 인선 발표가 늦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서실장의 경우 정무 감각을 갖춘 측근 실세를 앉힐지, 아니면 대통령 보좌에 초점을 맞춘 실무형을 선택할지에 대해 당선인이 마음을 정했지만, 안보실장 등 다른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서실장 인선 발표가 늦어지면서 차기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검증 작업도 순연이 불가피해졌다. 박 당선인은 비서실장을 임명해 후임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맡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검증을 주도할 비서실장 인선이 늦어짐에 따라 차기 정부 조각을 위한 인선도 설 연휴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선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 정부가 오는 25일 정상적으로 출범하려면 국회 인사청문에 걸리는 기간(최장 20일)을 감안하면 4일까지는 조각을 마쳐야 하는데, 이 시한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출범 후 박 당선인이 대통령 자격으로 주재할 첫 국무회의에 현 정부 내각이 참석하는 기형적인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5년 전에도 이명박 당선인이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한 달 이상 야당과 씨름하느라 초대 장관 인선을 2월18일에야 발표했고, 정부 출범 후 27 ,28일 15개 부처 장관에 대한 청문회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선 야당의 협조만 전제된다면 청문회 기간을 1주일 이내로 단축할 수도 있어 새 정부 출범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철저히 따지며 검증할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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