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규·이환경 감독 "방송서 배운 웃음 타이밍·순발력이 비결"

입력 2013-02-05 17:16   수정 2013-02-05 22:20

PD출신 감독 조진규 '박수건달'·이환경 '7번방…' 흥행

조진규 감독 "감동·휴머니티 살아있는 힐링코미디로 똑똑한 관객들 감동시켰죠"
이환경 감독 "딸에 대한 아버지 아가페적 사랑 담아…웃으면서 우는 최고난도 장면에 도전"




코미디 영화 ‘박수건달’과 ‘7번방의 선물’이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달 개봉한 ‘박수건달’은 5일 현재 384만명, ‘7번방~’은 439만명을 각각 모았다. 특히 ‘7번방의 선물’은 개봉 13일 만에 거둔 성과여서 주목된다. 조진규 감독의 ‘박수건달’은 조폭이 신 내림을 겪으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고 이환경 감독의 ‘7번방~’은 누명을 쓴 바보 아버지와 어린 딸의 애틋한 사랑을 담았다. 두 코미디는 요즘 대세인 ‘힐링’을 테마로 앞세웠고 방송사 PD 출신 감독이 연출한 게 공통점이다. 조 감독은 PD 시절에 배운 순발력을, 이 감독은 웃음의 타이밍을 포착하는 기술을 영화에 접목했다고 한다. 두 감독을 각각 만났다.

○‘박수건달’ 조진규 감독

“‘조폭마누라’에서 효과를 봤던 ‘슬랩스틱 코미디’나 ‘화장실 유머’로는 더 이상 안 됩니다. 코미디가 변했거든요. 감동과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힐링’ 차원에서 접근한 게 들어맞았어요.”

‘조폭마누라’(2001년)를 히트시킨 조진규 감독은 “‘박수건달’에서는 황 검사가 주인공을 취조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큰 반응을 보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취조받던 조폭 광호(박신양)가 갑자기 검사의 옛 애인에게 빙의되는 장면이다. 그녀는 풀빵을 팔아 애인을 뒷바라지하다 숨진 지순한 사랑의 화신이다. 가난했던 시절, 황 검사의 소박한 삶과 사랑이 관객들을 움직였다.

“우스꽝스러운 빙의 모습에서 한바탕 웃던 관객들은 슬픈 운명에서 눈시울을 붉힙니다. 입은 웃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나는 거죠. 코미디가 웃음만으로는 대박을 거두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메시지를 추구할 필요도 없어요. 관객들이 더 똑똑하니까요. 다만 영화의 따뜻한 분위기는 중요합니다.”

대박 영화 ‘아저씨’나 ‘늑대소년’ 등을 보면 주인공들이 현실성은 없지만 관객들의 희망 사항을 실천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조폭인 광호에게 신이 내린 것은 잘못된 인생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지요. 그 길로 인도하는 게 꼬마 수민이죠. 광호가 자신의 엄마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때문에 이 영화는 조폭 영화가 아니라 어른과 아이의 동화라고 할 수 있어요.”

극 중에는 조폭이 나오지만 ‘조폭마누라’에서처럼 저질 막가파식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1991년부터 5년간 SBS 예능 프로그램 ‘꾸러기 대행진’ ‘열려라 웃음천국’ ‘기분 좋은날’ 등을 연출했다. “방송물은 현장에서 제작해 즉각 내보내야 하므로 상황마다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프로그램의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 예산을 절약하는 등 모든 것을 현장에서 이뤄내야 하니까요.”

‘조폭마누라’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처럼 장면마다 웃음을 넣는 데 주력했다. ‘박수건달’에서는 바닷가에서 풍어제를 지내는 장면에서 순발력을 발휘했다.

“원래 경정(競艇) 사업체의 협조를 받아 찍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틀어지는 바람에 낭패를 보게 됐어요. 그래서 즉석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상황으로 시나리오를 바꿨어요. 꽤 긴 분량인데도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던 것은 PD 시절의 경험 덕분입니다.”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

“딸에 대한 아버지의 아가페적인 사랑을 담은 이야기죠. 관객들이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알아봅니다. 겉포장만 번지르르한 대작보다 내실 있는 영화를 찾는다는 얘기지요. 여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웃음을 이끌어낸 게 주효했습니다.”

이환경 감독은 ‘7번방~’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타이밍 감각을 특히 강조했다. 일자무식인 오달수가 글공부를 하다가 ‘포도’를 힘겹게 쓴 뒤 ‘사과’를 쓸 때 ‘사자’로 잘못 쓰자 관객들이 박장대소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주변에선 ‘포도’라고 쓰는 장면을 버리고 바로 ‘사과’ 컷으로 가자고 했어요. 저는 ‘첫 글자를 제대로 쓰면 다음 글자도 맞힐까?’ 하고 관객들의 궁금증이 커진다고 봤어요. 결국 글자가 틀리면 웃음도 커지는 법이죠. 그게 코미디 감각입니다.”

아빠 용구와 어린 딸 예승이 떨어져 사는 장면을 교차 편집한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울다가 웃는다. 함께 있어야 할 부녀가 각자 생활하는 모습에서 관객의 가슴은 먹먹해진다. 그러나 곧바로 예승이 보내온 편지를 오달수가 읽지 못하고 버벅대면서 관객들의 웃음보는 터진다.

“가슴이 먹먹한 장면을 계속 보여주면 지루해지거든요. 울고 있으면서 웃음이 나거나, 웃으면서 눈물이 나는 최고난도 장면에 도전했죠.”

한마디로 웃음이란 타이밍의 미학인데 방송사 PD로 일할 때 이런 감각을 배웠다고 한다. 1994년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충무로에서 영화 ‘송어’ 등의 연출부로 일하다 2001년 결혼을 위해 번듯한 직장인 MBC 영화제작팀 PD로 입사했다. 여기서 2년간 60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 예고편을 만들었다.

“예고편을 편집하는 일은 감각과 순발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죠.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커트와 음악에 대해 무수히 고민했거든요. 반 템포 앞서느냐, 뒤지느냐에 따라 웃음과 울음의 코드가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7번방~’도 가편집본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준 뒤 반응을 캠코더로 찍고 분석해 최종 편집을 바꿨습니다. 관객과 호흡할 수 있어야 상업영화거든요.”

2003년 MBC에서 퇴사한 그는 그해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을 옮긴 데뷔작 ‘그놈은 멋있었다’(130만명)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각설탕’(185만명)도 수익을 냈지만 ‘챔프’(75만명)는 실패했다. 지금까지 총 4편 중 3편을 성공시켰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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