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픔 딛고 컴백” 녹색지대 조원민의 생애 첫 홀로서기

입력 2013-02-06 00:17   수정 2013-02-06 10:12


[양자영 기자] “아껴 둘 필요 뭐 있죠? 우리가 내일 어떻게 될 줄 알고”

2009년 녹색지대 정규 7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팬들 곁을 떠나 있던 조원민이 4년 만에 솔로로 돌아왔다. 녹색지대라는 브랜드가 가진 후광 때문인지 무겁게만 느껴지던 그의 이름은 불과 4년 만에 한층 가벼워지고, 또 친근해졌다. 한때 다시는 웃지 못 할 것만 같던 그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났다. 몇 백번을 불러도 감흥 없는 노래가 아닌, 자신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발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꽤 흥분한 듯 했다.

이미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조원민은 2009년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를 잃었다. 불과 세 살이었던 어린 딸로부터 엄마를 빼앗아간 병은 폐암. 연애하고 결혼하고 사별하기까지 단 1분 1초도 아내와 싸워본 적 없는 조원민은 한동안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성대 결절, 공황발작증세 등 각종 신경질환에 시달리며 자칫 목숨까지 잃을 위기에 놓였다.

그런 그를 다시 살게 한 건 올해 일곱 살 난 딸 연서였다. 조원민은 아빠라는 이름으로 다시 일어섰고, 1월 미니앨범 ‘사랑이 아프게 기억된다’를 발표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린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지만 처절한 이야기를 자꾸 회상하기 싫어 작사는 꺼렸다. 대신 작곡과 편곡을 주로 맡았다.

새 삶을 축하하듯 흰 눈이 펄펄 내리던 2월4일, 인터뷰를 위해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조원민은 “딸이 내가 가수라는 걸 안다. 이 아이와 행복하기 위해서는 분명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결국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내 이야기를 전하기로 결심했고, 주변의 도움을 얻어 음반을 제작했다”고 음악을 다시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아내 떠난 그 후
“2009년 연말 방송활동을 마지막으로 노래를 접었어요.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는 성대 결절이 오기도 했지만 (아내가 떠난) 상처가 너무 커서 의지하고 지내던 매니저와도 연락을 끊었죠”

아내가 떠나기 전 그는 녹색지대 새 멤버로 콘서트와 방송을 종횡무진하며 그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때론 그를 못 알아보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조원민을 원년멤버 권선국으로 착각한 까닭이다. 8년이나 녹색지대 멤버로 활동했지만 언론 홍보와는 거리가 멀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를 살 빠진 권선국 정도로 알아보고 있다. 섭섭하긴 하지만 이제는 해명 없이 ‘권선국’ 이름이 적힌 싸인을 가끔 해주는 경지에 올랐다.

그런 그를 한순간에 바꿔놓은 건 딸아이의 돌잔치를 보름 앞둔 어느 날 아내에게 내려진 시한부 선고였다. 승무원 출신의 예쁘고 고왔던 아내는 폐암 확진과 동시에 3개월 선고를 받았다.
“아내 요양 차 양평으로 이사갔어요. 스케줄 끝나면 2~3시, 집에 가서 잠들면 4~5시, 아이가 나를 깨우는 시간이 6시였는데 그런 생활을 무려 2년이나 반복했어요. 빚을 내서 전원주택을 마련했는데 그런 집은 또 아빠 손길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몰라요. 심리적으로도 불안하고 몸도 힘드니 자연히 성대 결절이 오더라고요”

조원민의 노력 덕분에 아내는 2년간 딸이 크는 모습을 더 지켜볼 수 있었다. 돌봐야 할 딸이 남아있건만, 그 아이의 유일한 보호자인 조원민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공황발작증세로 운전 중 손발에 힘이 풀리면서 기절해 생명을 잃을 뻔 한 적도 있었고,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그러나 막연히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치료를 거부했다.

“남들은 그래요. 당신은 참 훌륭하고 대단한 아빠라고. 그런데 그건 당연한 거예요. 내 아이니까 사랑으로 키워야죠. 미안한 게 있다면 엄마의 사랑을 주지 못한다는 것. 어느 날은 잠자리에 드는 아이에게 ‘우리 연서는 누구 닮았어?’ 물으니 ‘엄마’라고 하더라고요. ‘아빠 서운하네’ 했더니 갑자기 제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빠는 내가 손을 잡아주고 있지만 엄마는 하늘나라에서 보고만 있잖아. 얼마나 서운하겠어. 그러니까 아빠가 이해해’”


가슴 저민 이야기,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한때 그에게 이기지 못할 슬픔을 안겨주던 과거는 이제 추억이 되어 앨범으로 제작됐다. 자신보다 더 소중한 가족을 생각하며 만든 앨범인 만큼 재킷에는 환하게 웃는 딸 연서와 웨딩드레스를 말끔히 차려입은 아내의 사진을 담았다. 지금은 딸아이가 모든 걸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간 이 앨범을 보며 ‘그때 아빠의 마음이 이랬구나’ 깨달을 걸 믿는다.

“지금은 마음이 굉장히 편하고 좋아요. 아이도 많이 컸고. 비록 화려한 컴백이 아닐지라도 소리꾼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타이틀곡은 아내가 병중에 있을 때 작곡해뒀던 ‘그땐’으로 정했다. 병상에 누운 아내를 끝내 지키지 못한 애타는 마음과 생전에 더 잘해주지 못한 회한이 가득 녹아있다. 그런데 정작 가사는 본인이 쓰지 않았다.

“연애한 뒤부터 단 1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스스로에게 이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원망이 커요. 정말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돈이 필요하면 도둑질이라도 해서 갖다 줄텐데. 이러다보니 제가 가사를 쓰면 너무 처절하고 비참하고 짜증나고 화나더라고요. 저를 잘 아는 후배들에게 가사를 맡긴 이유에요”

이 곡은 2009년 녹색지대가 발표한 정규 7집에도 실린 바 있다. 이 노래를 굳이 다시 솔로앨범에 실은 이유는 단지 ‘묻어두긴 아까운 노래’라는 미련 때문이다. 조원민은 파트너였던 곽창선 대신 평소 절친한 선배로 지내던 유리상자 박승화와 특별한 호흡을 맞췄다. 박승화는 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준 인물이기도 하다.

“저는 이 앨범에서 애써 ‘슬퍼요’ ‘나 힘들어요’라는 얘기만 하고 싶지 않아요. 사랑한다면 부모자식이든 연인이든 적극적으로 표현해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아껴둘 필요 뭐 있죠? 우리가 내일 어떻게 될 줄 알고. 사실 아내에게 한 번도 노래를 불러주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되더라고요. 내 노래를 그렇게 듣고 싶어 했는데...그걸 아내가 떠난 뒤 일기장에서 발견했어요. 이제는 아프면 아프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됐죠”

조원민, 사랑을 노래하다
작년 디지털 싱글 ‘첫눈’을 발매하고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조원민은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그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3월부터 5월까지는 소극장 공연도 진행할 예정인데, 확정된 게스트만도 유리상자 박승화, 모세, 김그림, BMK, 윤형빈, 신호볌, 김그림,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이란다.

그럼에도 그는 자칫 이 공연이 낯설고 힘든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앨범과 콘서트를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많은 손길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녹색지대의 네임밸류를 떠나 시청률을 원하는 미디어와 쉽게 타협할 수 없는 처지, 아이돌이 아니면 음반 홍보도 막막한 현실은 가끔 그를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이젠 주저하지 않는다. 진심어린 노래에 공감해주는 팬이 있는 이상, 여전히 그의 곁에 남아 두 눈을 반짝이는 딸이 있는 이상.

“음악 소신이요? 세월이 변해도 내가 원하는 장르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거요. 해왔던 음악을 못할 바에는 차라리 음악을 하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아요. 혹자는 나이가 들면 성인가요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폭발적이지는 않아도 분위기에 젖어들게 만들 수 있는 보컬로 남고 싶어요” (사진출처: JW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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