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형 반도체 설비로 매출 수직상승

입력 2013-02-06 17:02   수정 2013-02-07 04:31

민병롱 세미라인 사장

수율 높은 현상기 개발
올 매출 500억원 자신



PCB설비제조업체 세미라인(사장 민병롱)이 주목받고 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PCB회로기판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로 관련 시장에서 대박을 내고 있어서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현상기다. 현상기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전기회로를 찍은 다음 표면에 남아 있는 포토레지스터(화학물질)를 제거하는 PCB회로기판 제조 설비.

그동안 현상기는 수평형만 있었다. 수평형 현상기는 기판을 롤러 사이로 통과시켜 전기회로도 찍고, 잔여물질을 제거한다. 롤러로 누르기 때문에 기판 표면이 물러지거나 깨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수율이 50~55%에 불과했다.

세미라인이 201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직형 현상기는 수율을 평균 95%로 올린 획기적인 제품이다. 집게로 기판을 들어올린 상태에서 회로를 찍고, 화학물질 제거제를 분사하기 때문에 눌림 현상이 없고 회로가 균일하게 현상된다.

민병롱 사장은 “최근 슬림형 스마트 제품이 늘면서 회로기판에 요구되는 두께가 10~50㎛(1㎛는 100만분의 1m)로 줄었고 기판 폭도 좁아지는 등 공정이 까다로워져 수율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수직형 현상기가 PCB기판업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가격은 대당 150만달러로 수평형 현상기(50만달러)보다 3배나 비싸다. 그러나 수율이 두 배 가까이 높기 때문에 1년 안에 추가 비용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민 사장의 설명이다.

주문은 해외에서 먼저 들어왔다. 지난해 말 미국 애플에 회로기판을 납품하는 중국 1차 납품업체 두 곳에서 수직형 현상기 두 대(약 250만달러)를 주문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매출은 총 150억원. 지난달엔 일본 반도체업체와 670만달러(약 72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에도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민 사장은 “올해 PCB기판에서만 37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목표를 달성할 경우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형 현상기 주문이 늘면서 민 사장의 이력도 화제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 반도체 설비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1999년 퇴사해 전 직장 앞에 횟집을 열었다. 경영난으로 1년6개월 만에 문을 닫은 그는 유해가스 제거 설비인 스크러버와 칠러 생산업체인 유니셈에 말단 영업사원으로 들어갔다. 첫해 영업실적은 235억원.

자신감을 얻은 그는 기술보증기금에서 창업자금 1억원을 지원받아 2001년 다시 회사를 차렸다. 그동안 반도체공장에서 사용되는 배관장비, 반도체 세정장비 등을 만들다 10년 만에 수직형 현상기 개발에 성공한 그는 “다른 제품까지 포함해 총 5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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