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몰빵' 큰손도 '스몰볼' 로 바꿨다

입력 2013-02-06 17:24   수정 2013-02-07 04:47

저금리·금융소득과세 강화·증시 침체… 災테크 피하자

주식·펀드투자 줄고 여러개 상품에 소액 투자 급증
채권, 멕시코·터키 등 지역 분산…ELS·원자재 결합도




‘스몰볼’식 재테크가 확산되고 있다. 특정 상품에 자산을 투자하기보다는 다양한 상품에 돈을 쪼개 투자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저금리 구조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가 계기가 됐다. 자산가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금융상품과 해외 채권·주식 등 중위험 상품 등을 쪼개서 담는 모습이다. 야구로 비유하면 한 방을 노리는 ‘빅볼’에서 안타, 번트, 도루 등을 조합한 작전과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스몰 볼’로 재테크 양상이 바뀌는 셈이다.

○복합상품에 투자하는 사람 30% 넘어

삼성증권이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식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는 ‘주식투자 고객’ 비중은 2010년 말 53.0%에서 2012년 말 47.9%로 6.1%포인트 감소했다.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투자 고객’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3.4%로 줄었다.

반면 여러 개의 상품들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하는 ‘복합상품 고객’ 비중은 25.5%에서 31.3%로 높아졌다. 지난달 말에는 33.6%로 더 늘었다. 복합상품 고객은 2개 이상의 상품을 거래하고 특정 상품 비중이 전체의 75%를 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상대 삼성증권 상품마케팅실장(상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여러 개의 자산을 결합하는 방식이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득종합 과세가 강화되면서 단기부동자금이 급속히 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머니마켓펀드(MMF)는 13조9202억원 증가했다.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MMF에 몰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채권 투자도 연말부터 매수세가 수그러들었다. 지난달 개인의 국고채 순매수액은 920억원으로 전년 동기(1536억원)보다 40% 줄었다. 이런 자금들이 약간의 높은 수익을 제시하는 상품에 몰리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해외 투자 신상품 출시 경쟁

투자자들은 파생결합상품, 원자재, 해외채권 등에 골고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자문형 랩 등 특정상품으로 돈이 한꺼번에 쏠리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중위험·중수익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객들이 다양한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채권 투자를 주로 했던 고객이 채권을 매각한 뒤 ELS 투자를 늘리거나 해외 채권형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원자재·파생상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개인 투자도 늘고 있다. 권현성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금·은·유가 등 원자재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이용한 DLS에 대해 개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ELS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이유”라고 말했다. 중위험 상품 투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분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지난달 터키 국채 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삼성증권도 멕시코 국채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통화로 발행되는 우리다시 본드 등을 출시하는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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