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우선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 기조를 이끌 재료가 소멸되는 분위기라 상반기 중 엔화가 100엔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는 15~16일 예정된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들이 가파른 엔저 현상에 대한 비난 등을 언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엔저 현상이 가속화될 개연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7일 오전 10시10분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하락 반전해 93.35엔을 기록 중이다.
전날 엔·달러 환율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가 조기 사임을 결정하면서 장중 94엔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4엔을 넘어선 것은 2010년 5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시라카와 총재는 4월 8일까지 임기를 채우지 않고 3월 19일에 조기 사임하겠다고 발표하고, 더불어 일부 BOJ 통화정책위원이 '2% 물가목표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통화정책 이행을 주장하고 있어 엔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임 BOJ 총재가 임명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OMT)와 같은 새로운 가도높은 조치가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라카와 총재의 사임으로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 요인을 이끌 재료는 소멸됐다는 진단이다.
김지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에 엔화 약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가 미리 반영됐다는 점에서 시라카와 총재의 조기 사임이 악재라고 볼 수만은 없으며 현재 엔·달러 환율 수준은 신임 총재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목표인 95~100엔 수준에 이미 도달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엔화 약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환율과 관련한 중요한 이벤트로는 오는 15~16일 예정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가 꼽히고 있다. 이 회의에서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이 일본의 엔저 유도 정책에 대한 비난이 이어질 경우 엔화의 약세 기조가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달러 환율은 상반기 중 고점으로 예상한 95엔을 돌파해 100엔대 수준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오는 15~16일 G20재무장관회담이 중요한 변수"라고 판단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로존이 어느 정도의 엔화 약세는 용인하겠지만 100엔대 수준을 상회하는 것은 현재 경제여건상 용인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에 따라 상반기 중 엔·달러 환율이 100엔 수준으로 상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한편 현재 유로존 내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최근 유로화 등 환율 변화에 대해 인식차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측은 중기적인 환율 목표를 도입하자는 언급을 하며 유로화 강세가 지나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번 G20 재무장관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독일은 협의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 재정위기 완화로 인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던 유로화가 정상궤도로 회귀하는 과정이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임호상 삼성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입장이 변화하지 않는 가운데 프랑스의 일본 엔화 약세 견제 움직임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독일의 입장 변화 여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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