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에 허위·장난전화를 걸거나 구급차를 자가용처럼 여기고 상습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작 신속하게 출동해야 하는 긴급 상황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미국처럼 구급차 이용 시 일정 요금을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 주마다 법규·제도가 다르지만 미국에는 구급 차량을 부르는 데 1000달러가 넘는 요금을 부과하는 도시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일반 구급차는 환자 1명당 712달러, 고급 구급차는 1004달러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미국은 구급차 이용은 물론 응급처치 비용도 이용 시민 각자가 부담하고 이를 민간 보험을 통해 감당하는 시스템”이라며 “유료화하면 병원을 무료로 가기 위해 구급차를 이용하는 ‘얌체 구급차 이용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 선진국에선 장난전화를 하면 이를 공무집행 방해로 보고 엄단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부적절한 911(한국의 119) 신고전화에 대해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911에 전화해 주정을 부리거나 허위·장난 신고를 할 경우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캘리포니아주는 911에 장난전화를 반복해 거는 이용자를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2008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장난전화를 두 번째 걸면 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네 번째 장난전화에는 벌금이 250달러로 올라간다.
미국의 일부 대도시에서는 911 응급구조 전화가 무료인 점이 장난전화를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라 비응급 상황에 911로 전화할 경우 처음부터 높은 요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주 벤투라시는 2008년부터 911에 건 신고전화가 응급 상황일 경우 통화료를 환급하지만, 비응급 통화일 경우 건당 17.88달러의 요금을 부과한다.
윤종근 광주동강대 응급구조과 교수는 “한국도 비응급 환자가 119를 상습적으로 이용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상태나 긴급성 여부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도입 여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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