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고심한 '청문회 돌파' 인사…'관리형 총리' 무게

입력 2013-02-08 15:17   수정 2013-02-08 23:24

'박근혜 정부' 1차 인선 특징

현정부 검증전문가 동원…중도성향 법조인 선택
김장수 안보실장 내정…'쓴 사람 또' 신뢰 용인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직한 성품의 법조인인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법과 원칙을 근간으로 한 국정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 후보자는 검사 시절 특수검사로 이름을 날린 데다 바른 소리를 잘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총선 때 새누리당 공직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아 총선 승리에 일조했다. 박 당선인이 주변의 검증된 인사를 쓴다는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사시 14회로 30여년간 검사로 재직한 정 후보자는 지난해 2월 공천 심사를 책임지면서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인수위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공천 당시 현역의원 25%를 탈락시키는 컷오프룰을 헌법에 비유하며 그대로 적용하는 등 강직한 성품을 보여줬다”며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 소신이 명확해 주변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준 것이 박 당선인의 눈에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없어 정치적으로도 중도 성향에 가까운 정 후보자 지명에 따라 국회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색깔이 강한 책임총리보다는 부처를 원활이 조율하는 관리형 총리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총리제에 대해 “대통령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 지명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검증 등을 고려한 인선으로 해석된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각종 의혹 등으로 낙마함에 따라 하자가 없는 후보를 물색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당선인 측은 현 정부의 검증 전문가까지 동원했다는 후문이다. 경찰청과 국세청 등에서 인사검증 전문가를 파견받아 후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재산과 납세, 병역, 전과, 평판 등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자도 인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전검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온갖 것을 다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번 인선은 김 위원장의 자진사퇴 이후 열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18일 전에야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은 다소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요청서가 도착한 후 15일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것은 예상된 인사다. 김 전 장관은 18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입성했고, 현재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를 맡아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김 실장 내정자는 앞으로 국가안보 총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김 실장 역시 박 당선인의 ‘쓴 사람을 또 쓴다’는 원칙에 부합된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김 실장과 새 정부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대통령 경호실장에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된 것과 관련, “두 분 다 육사 출신인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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