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일명 화학적 거세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로 했다.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안병욱 부장판사)는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34) 사건에 대한 법원 심리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중단된다.
직권으로 제청 결정을 내린 재판부가 문제 삼는 법 조항은 제4조(치료명령의 청구) 1항과 제8조(치료명령의 판결 등) 1항이다. 화학적 거세가 본인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행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률은 치료의 개념으로 추진된 최초 발의 목적에서 조금 벗어나 ‘조두순 사건’ 등의 영향으로 “동의를 구한다”는 부분이 삭제된 채 통과됐다.
재판부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보이나 피청구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면 실제 집행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약물치료 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크더라도 인권 침해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등 시행 국가에서조차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효과와 부작용도 제대로 검증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로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화학적 거세법이) 자기결정권이나 신체를 훼손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씨는 2009년 6~7월께 6세 이하의 미성년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금까지 화학적 거세 판결은 지난 1월 서울 남부지법 등 두 차례 내려진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소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어 위헌 여부가 결정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대전=임호범 기자 i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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