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 변협 차기회장 "민사도 변호인 선임…돈 없어 재판 지는일 줄 것"

입력 2013-02-11 15:45   수정 2013-02-12 04:50

"서민은 억울함 없이 재판 받고 변호사는 일자리 생겨 '윈윈'…사법시험은 존치 바람직"


“‘변호사 강제주의’가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란 인식은 큰 오해입니다. 서민은 억울함 없이 재판을 받고, 변호사는 일자리가 생기고, 사법부에 대한 사회적 신뢰까지 향상되니 ‘1석 3조’ 아닌가요.”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선자(55·사법연수원 18기)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사소송에도 변호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하는 법률구조제도를 정착시켜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말 변협회장 선거 사상 첫 직선제를 통해 제47대 협회장에 당선된 그는 오는 25일 부임해 2년간 변협을 이끌게 된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74년 상경한 위 차기 회장은 중동고 야간을 졸업한 뒤 서울교대에 합격해 교사 생활을 한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다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법정에서 억울함을 당한 제자를 본 뒤 직접 법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낮에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밤에는 성균관대 법대 야간을 다니는 주경야독의 강행군 끝에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 같은 경력으로 ‘보통 변호사’를 자처하고 있는 그는 선거 운동 당시 내세웠던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사법시험 존치 △정부 부처와 국회 등에 법무담당관 및 입법보좌관 제도 도입 등을 강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란 포부다. 위 차기 회장은 “형사 재판의 국선변호사 제도처럼 민사 소송에서도 약자들이 법률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법 제도에 대한 불신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비용 등 현실적 문제가 있는 만큼 70세 이상 고령자와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합의부 재판부터 도입해 단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또 이를 필두로 변호사 일자리 수급을 맞추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위 차기 회장은 “로스쿨 도입 이후 수많은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 변호사들이 백수가 되어 방황하고 있다”며 “이들을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입법보좌관, 기업 준법지원인 제도 등을 정착시키고 관공서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법률담당관제를 도입해나갈 것이란 포부다. 위 차기 회장은 “최근 부산에서 7급 공무원으로 변호사를 채용하기로 한 것도 일자리를 넓히는 차원에선 긍정적인 일”이라며 “변호사들이 활동할 저변이 넓어진다면 로스쿨 제도도 보다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법시험은 사회적 약자의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로서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 차기 회장은 “1년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로스쿨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선 안 된다”며 “서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일본처럼 로스쿨을 나오지 않았더라도 변호사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예비시험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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